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 디지털성범죄 관련 양형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유포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거센 상황이어서 관련 범죄의 최대 법정형까지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9일 서초동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의 양형기준을 논의했다. 그간 관련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참고할 양형기준은 전무했다. 해당 법은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했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영리 목적 판매는 10년 이하의 징역, 단순 배포도 7년 이하 징역으로 벌한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규정에 비해 미약하다. 양형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년 동안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으로 처벌받은 50건 중 6건(12%)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44건(88%)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이러한 형량이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양형위는 그러나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에 이미 설정된 양형기준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 전향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형위가 기존에 설정한 아동·청소년강간의 양형기준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징역 8∼12년, 13세 이상인 경우 5∼8년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가 회의 개최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논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형위는 양형기준안이 의결될 경우 국회 등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마친 뒤 공청회를 열어 양형기준안을 확정하게 된다. 상반기 중 기준안 확정이 목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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