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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기록 있네요” 대부업도 퇴짜… 이자 58% 사채 늪으로 ['코로나19 쇼크'로 벼랑 몰리는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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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7 06:00:00 수정 : 2020-04-07 07: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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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 / 일감 끊긴 30대 일용직, 당장 생활비 걱정 / 법정 최고금리 2배 넘는 불법업체들 찾아 / “제도권서 외면… 이자폭탄 알면서도 빌려” / 소상공인 긴급 대출도 연체 있으면 ‘NO’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보조역할을 하는 전모(35)씨는 지난 2월 말부터 한 달 넘게 강제로 일을 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화하면서 자재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돈줄이 막히자 그는 대출금의 이자, 숙소비, 카드값, 통신비를 감당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전씨는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돈을 빌리지 못했다. 전씨가 대출금 300만원을 제때 갚지 못한 ‘장기연체기록’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불법대출 업체 2곳에서 원금 90만원을 2주 뒤 이자 포함 155만원으로 갚는 조건으로 돈을 꿨다.

전씨는 “통신비는 당장 내지 않으면 전화가 끊긴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댔다”고 푸념했다. 이어 “제도권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에서도 대출 승인이 나지 않으니 앞이 캄캄해지더라”며 “살인적인 이자를 알면서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부업은 거절하고… 갈 곳은 불법 사금융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찾는 저신용 서민층이 늘지만 수요만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대부업을 찾는 이들은 신용도가 낮은 7~10등급 취약계층이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캐피털 등으로부터 6∼8%가량에서 돈을 가져와 고객에게 빌려주는데,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변제 능력이 없으면 퇴짜를 놓는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대부시장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잔액은 2018년 6월 17조4000억원을 기록한 후 2018년 말 17조3000억원, 지난해 6월 16조7000억원을 기록해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에는 15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업체에서 외면당한 저신용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린다. 최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저신용자 및 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추정인원은 최소 8만9000명에서 최대 13만명이다. 이들이 지난해 불법 사금융에서 빌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는 1조5000억~2조3000억원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불법 사금융을 찾는 저신용 취약계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법 사금융업자 이자율은 평균 58.1%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법정 최고금리의 2배가 넘는 고금리 사채의 늪에 빠진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저신용자 신용대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금융소외자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인천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이모(42·여)씨도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자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댔다. 이씨 부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받은 7000만원가량의 대출금이 있긴 했지만, 장사가 잘 되는 날은 하루에 수십만원을 벌며 착실히 빚을 갚아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퍼지고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이씨 가게의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곤두박질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씨 부부는 임대료라도 내고자 대부업체 3~4곳을 두드렸지만, 기존 대출액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씨는 밀린 임대료 때문에 압박을 느꼈고 결국 전단을 보고 불법대출업체에 연락했다. 소액대출로 조금씩 돈을 꾸던 이씨는 불법대출업체로부터 1000만원가량을 빌렸다.이씨는 “빚더미에 앉게 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를 기사에서 많이 접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저도 남편과 함께 ‘정말로 모든 걸 정리할 시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했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 중 절반가량은 ‘우울증이 심해지는 등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44.2%)’고 답했다.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25.9%)’고 답한 이가 4명 중 1명꼴이었고,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꼈다(13.6%)’고 밝혔다.

◆“재원 한정된 것 알지만… 정부가 지원대상 늘려야”

정부는 저신용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1000만원 한도로 연 1.5%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긴급대출은 그림의 떡이다. 긴급대출을 받으려면 원리금 연체가 없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 연체를 안고 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북에서 사진카페를 운영하는 신모(46)씨는 LH공공임대보증금을 1회 연체했다는 이유로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신씨는 “세금 연체도 없고, 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내는데 공공임대보증금 납부를 1회 연체했다는 이유로 대출을 못 받았다”며 “준전시 상황에 힘들게 사는 소상공인들에게 너무 빡빡한 대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신씨가 신용을 회복해 대출을 받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정적 재원 때문에 조건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긴급 상황에서는 지원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국민 70%에게 재난소득을 지급하려다 보니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외면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연체가 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입증되면 대출을 해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일정 범위 내에서 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현재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정부가 부담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원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지금은 자영업자 개개인으로부터 촉발된 위기라기보다는 국가 전염병 위기에 따른 피해가 자영업자에게 간 것”이라며 “소득세, 법인세의 납부기한 유예 등 정부가 세금제도 부분에서 관여할 수 있는 건 관여해 이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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