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 등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 일종의 ‘텔레그램 자경단’을 표방하며 불법 음란물 이용자를 추적하는 ‘주홍글씨’방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경단 활동이 불법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홍글씨’는 “범죄자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공간에 함정을 판 다음 ‘n번방’을 이용하려고 들어온 혐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또 ‘박사’ 조주빈(25)씨처럼 불법 비밀방을 운영하는 범죄자들의 신원을 추적해 경찰에 제보하기도 한다.
현재 ‘주홍글씨’에는 는 이름과 나이,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200여명의 신상이 공개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지만 의사·군인·회사원 등도 포함돼 있다. ‘주홍글씨’ 관계자는 지난 26일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에 300명의 덜미를 잡았다”고 밝혔다.
복수의 매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주홍글씨’의 활동 인원은 대략 20명으로 알려져 있다. 주홍글씨 관계자는 “‘n번방’ 이용자들을 포착하는 과정에서 불법 영상물을 미끼처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100% 합법이라 할 수는 없다”며 익명 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2차 가해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위험성에 동의하면서도, ‘주홍글씨’ 같은 자경단 활동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사 당국이 기술적 한계로 범죄자들을 모두 검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함정수사 방식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인 조현욱 변호사는 한국일보를 통해 “수사의 적법성에 따라 증거 배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은밀하게 진행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예외적으로 함정수사와 같은 방식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를 통해 “사이버 성착취 범죄 근절을 위해 민간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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