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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중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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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5 22:39:11 수정 : 2020-03-15 22: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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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사용자와 억양 등에 따라 얼마든지 뜻이 바뀔 수 있다. 병자끼리 서로 가엽게 여긴다는 동병상련이 그렇다. 강자가 사용하면 포용이나 시혜적 의미가 되겠지만 약자라면 비굴로 비칠 수 있다.

코로나19가 번지자 친중 국가인 북한마저 중국으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꾸로 발병 국가를 끌어안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살피는 사이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마침내 중국인들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우리 교민의 아파트 문에 대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다. 시 주석은 지난주 뒤늦게 호의를 베풀 듯 “중국과 한국은 한배를 탄 우호 국가”라며 문 대통령을 위로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한·중은 같은 병을 앓고 같은 배를 탄 처지에 놓였다.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로 떠받들던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중국몽(夢)을 우리 모두의 꿈이라고 했으나 그 꿈은 지금 우리에게 악몽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면 입국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다”고 자랑한다. 방역 전쟁을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을 자찬으로 끌어가는 태도가 놀랍다. 대통령이 중국 꿈을 꾸지 않았다면 한국인이 세계 136개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 중국과 ‘국가적 거리 두기’에 나섰더라면 국민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불편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던 정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재앙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주 질병관리본부를 찾은 문 대통령은 “제가 격려하는 마음이 곧바로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불성설!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날, 대통령은 유족이 아니라 시 주석에게만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했다. 그날 대통령은 부부 동반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생충’ 제작진과 청와대에서 짜파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했다. 철학자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 있다”고 했다. 지금 문 대통령이 서 있는 곳은 문밖이다. 거기엔 손잡이가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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