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재고 알림 앱도 ‘시민 집단지성’ 결실

약국 판매현황 등 각종 정보 알림 / 현직 개발자 모임서 정부에 제안 / 데이터 받아 30여개 무료 서비스 / “집콕 중 의미 있는 일 하고파 시작”

공적 마스크 판매처와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서비스가 시작된 11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이 마스크 앱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정확한 정보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개발자 진태양씨)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개발자 김모씨)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에 이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적마스크 재고 알림 사이트는 시민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15일 개발자들의 모임인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팀(이하 공동대응팀)’에 따르면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공적마스크 알림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이 30개가량 서비스되고 있다.

공동대응팀이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제안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적마스크 판매처와 판매현황 등을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형식으로 제공하면서 이들 서비스가 생겨났다. 서비스에 따라 마스크 수급 현황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선별진료소 등 정부가 공개한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된다.

공동대응팀은 시민이 직접 나서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뜻하는 ‘시빅해킹’ 활동을 하는 개발자들 모임에서 출발했다. 현재 고등학생, 대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 대란’ 등의 혼란 속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정보 사이트를 만들어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마스크 재고와 확진자 정보 등을 알려주는 사이트(corona.kor.band)를 만든 회사원 김씨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자제하고 통화만 하다가 의미있는 일을 같이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나는 사이트를 개발하고 여자친구는 디자인을 맡았다”면서 “방문자가 많으면 서버 비용을 지출할 수도 있지만 공익 목적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수익 없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맵’ 등 코로나19 현황을 알려주는 사이트는 많지만 마스크 재고 사이트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논란이 적잖았던 마스크 공급 체계가 시민의 집단지성 발휘에 불을 댕긴 셈이다.

‘웨어마스크’(where-mask.com·사진) 사이트를 만든 대학생 개발자 진씨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용 편의성이 떨어지거나 기능이 과도해서 속도가 저하되는 경우가 있는데 현업 개발자들은 정보에 특화된 기능을 빠르게 구현하고 문제에 대응하기 편하다”며 “메르스 사태 때부터 정확한 정보 전달 문제가 계속 발생했는데, 누군가 움직여야 기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1일 공적마스크 재고알림 시범서비스가 시작된 뒤 제공되는 정보를 보고도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아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공동대응팀은 15일까지 시범 서비스를 거쳐 불편사항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소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