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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예배·유튜브 실시간 예불… 종교계도 ‘온라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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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0 20:57:26 수정 : 2020-03-10 22: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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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종교의식 풍경 / 미사·법회 중단 선언 천주교·불교와 달리 / 개신교는 예배 중지에 한때 강한 반발 / 상황 악화에 대형 교단 속속 온라인 합류 / 엉겁결에 시작했지만 활용 분야 많아 / 사태 호전돼도 온라인 활동 지속 가능성

#1.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기독교 신자인 직장인 김동해(31·가명)씨의 아침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기지개를 켜며 흘긴 시계는 8시를 지나고 있었다. 평소라면 교회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 예배 준비를 도맡는 예배팀 소속인 그는 이날만큼은 늦잠의 여유를 부렸다. 그는 나갈 채비를 하는 대신 소파에 앉아 아내를 불렀다. “이리와, 예배 시작한다.”

 

“할렐루야, 기도로 오늘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마트폰 너머로 목사님이 등장했다. 처음 겪는 일이기에 조금 어색했지만 그렇다고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예배 순서도, 시간도 평소와 같았다. 목사님 말씀 사이사이 아내와 함께 “아멘”을 외쳤고 찬송가도 따라 불렀다. “집이다 보니 주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거랑 예배 끝나자마자 아내와 말씀 관련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쁘지 않은데요?”

 

#2. 비슷한 시간 조계종 산하 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3월8일 실시간 법회’란 이름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 시작된 것. 미리 카메라를 켜놓은 탓에 법회 준비로 분주한 스님들 모습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30분쯤 지나고 마스크를 쓴 신자 예닐곱이 모이자 법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무아미타불…” 채팅창도 덩달아 바빠졌다.

 

‘모두들 힘든 시기 잘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하시는 불자님∼ 댓글 하나씩 남겨주세요∼∼’ ‘원래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댓글은 방송 종료 때까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주말 풍경의 일부다. 오프라인이 중심인 종교활동이 온라인 무대로 옮겨진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들은 감염증이 수그러들면 사라질 공산이 크지만 종교계에서 받아들이는 의미는 남다르다. ‘종교의 온라인화’라는 낯선 화두를 처음 마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교회 라이프 처치(Life.Church)는 각종 영상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각국 신자들과 소통하며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사진=라이프 처치 사이트 캡처

◆코로나19 사태와 종교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종교는 줄곧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여겨졌다. 이는 감염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신천지예수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후 각 지역 대형교회에 감염자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종교활동 중단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장 모든 종교집회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국민 여론과 “예배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종교계가 맞붙었다.

 

개신교 쪽 반발이 유독 거셌다. 중앙 통제로 일사불란하게 미사와 법회 중단을 선언한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내부적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다수의 대형교회는 “예배 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버텼다. ‘설령 전쟁이 나더라도 중단할 수 없는 것이 주일예배’란 이유에서였다. 이후 감염 확산이 심각해지고 여론이 크게 악화하면서 대형교회는 대부분 태도를 바꿨으나 일부 교회는 여전히 현장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지난 8일 도내 교회 5105곳 중 2858곳(56%)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도 이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잘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급기야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를 열고 종교집회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 중”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개신교 측 단체들은 “일부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오해를 낳는 태도에 유감”이라며 즉각 날을 세웠다.

 

외부에서는 교회들이 예배를 고집하는 이유를 ‘헌금’에서 찾는 반면, 개신교 내부에서는 보다 종교적 차원의 고민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예배가 한번 중단되면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예배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예배 중단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선택”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가 개신교 내부에 팽배하다.

 

이에 더해 대안으로 거론되는 ‘온라인 예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한몫하고 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뤄지는 예배 등이 과연 본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예배학자들은 비대면으로 인한 ‘영적인 약화’, ‘교회 공동체 결속의 약화’를 들어 집합예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최근 논평에서 “어느 예배학 교수는 이런 것(예배 중단)들이 자칫하면 성도들에게 ‘신무교회주의’를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튼 판 깔린 ‘영상예배’

 

예배당을 신앙의 핵심으로 여기는 이런 시각과는 별개로, 영상을 매개로 한 종교활동은 그 반경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10일 세계일보가 시청률 조사기업 TNmS와 함께 국내 주요 종교 채널의 올해 1∼2월 시청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다수의 교회가 예배를 중단한 8일 기독교채널(CBS·CTS) 시청률은 0.225%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 기록인 0.18%(9월15일)도 훌쩍 넘겼다. 기독교만큼은 아니지만 불교채널(BBS·BTN) 역시 같은 기간 시청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2배가량 뛰었다.

 

TNmS 관계자는 “종교 채널은 보통 12∼1월 시청률이 크게 높아졌다가 2월부터 하락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거꾸로 상승했다”며 “별다른 상승 요인이 없어 코로나19 사태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단정하긴 어렵지만 주일예배나 법회 중단의 아쉬움을 TV로 달랜 사람이 많아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코로나 사태 이후 각 종교들이 내놓은 ‘영상예배’ 콘텐츠가 확 늘었다. 

 

사실 외국에서는 종교의 영상화나 온라인화가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미국에는 아예 온라인 예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회가 여럿 존재한다. 매주 전세계 각국의 7만명 정도가 온라인 예배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라이프 처치(Life.Church)가 대표적이다. 1996년 설립된 이 교회는 2006년부터 ‘인터넷 캠퍼스’를 세우고 매주 온라인 영상예배를 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상예배가 일반 교회에까지 꽤 보편화돼 있으며 최근에는 ‘VR(가상현실)예배’에 관한 연구까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당을 벗어난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공간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계열에선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종교 공동체의 미래’를 라이프 처치 같은 온라인 교회에서 찾기도 한다. 인간 삶을 둘러싼 것들이 모조리 디지털로 바뀌어 감에 따라 이 역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관점에서다. 해외에서는 이런 논의가 오래전부터 구체화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관련한 연구나 실험, 담론이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판’은 깔렸다고 본다. 각 종교들 속내야 어떻든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동안 온라인 종교활동과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던져진 화두를 우리 종교계가 어떻게 소화할지 주목된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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