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을 앓던 어머니가 감염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 가시는 자리를 지키지도 못했으니 참담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세상에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코로나19으로 지난달 어머니(70)를 잃은 딸 A씨는 9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의심환자로 자가격리 조치된 어머니는 28일 오전 5시 39분쯤 호흡곤란과 함께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가는 등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숨졌다.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 중인 어머니의 상태를 체크했던 의료진으로부터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는 말을 듣고서 걱정으로 며칠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는 A씨는 “(대구지역 병상이 부족해) 병원 이송이 늦어져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셔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흐느꼈다.

어머니가 마지막 길도 편하게 가지 못한 것은 A씨 등 유족들에게 한이 됐다. 대구 서구보건소로부터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 5곳을 소개받고 시신을 옮겼는데 모두 거부했다. 한 지정 장례식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중이용시설은 감염 우려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유족들은 이튿날 오전 찾은 대구의 유일 화장장인 명복공원에서도 “일반 화장을 해야 해 코로나19 환자를 화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원 측의 답변에 가슴이 미어졌다. 결국 어머니 시신은 7시간가량 운구차에 실려 있다가 다른 화장이 모두 끝난 뒤 화장됐다.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죽음 이후까지도 한스럽다”고 한 A씨는 고인을 소홀하게 대하는 듯한 정부 당국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송된 망인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선화장·후장례’ 원칙에 따라 화장된다. 그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무작정 감염 위험만 거론하며 화장을 요구하는데 유족이나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처럼 애끊는 사연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진료 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직접 경험하고 이날 소개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에 따르면, 지난주 병원에서 만난 코로나19 여성 환자가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하다”고 하자, 안 대표는 “숨 쉬는 건 불편하지 않나. 통증은 없나”라고 물었다. 환자의 답은 뜻밖이었다. “그게 아니라, 어제 제 남편이 죽었다. 같은 병(코로나19)에 걸린 후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시체를 화장해버리면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없다. (나의)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도 없다”며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나”라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안 대표는 이날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나”라고 탄식한 뒤, “지난 2일부터 매일 환자 한분 한분의 하소연을 듣고 고통과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장에 함께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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