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는 물갈이, 판갈이가 되는 국회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약속한 말이다.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천이 마무리된 8일 당초 통합당이 목표한 현역 의원 3분의 1 물갈이 목표는 달성됐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물이 아닌 전직 의원들이 대거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올라 ‘돌아온 올드맨’들이 통합당의 후보로 본선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합당에 따르면 호남을 제외한 지역 중 공천·경선이 확정된 213개 선거구 중 전직 의원 19명이 공천을 확정했다. 전직 의원 21명은 경선에 올랐다. 박상돈 전 의원은 충남 천안시장 보궐선거의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공천을 확정한 19명 중 권영세(3선·서울 용산구), 강승규(초선·서울 마포갑), 이원복(재선·인천 남동을) 전 의원은 경선을 거쳐 공천을 따냈다. 15·17대 현역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12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오게 된다.
전략·단수 공천을 받은 전직 의원들 중에는 광역자치단체장 출신들이 눈에 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초선·서울 광진을), 유정복 전 인천시장(3선·인천 남동갑), 서병수 전 부산시장(4선·부산 부산진갑)이 공천을 받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3선·울산 남을)은 현역인 박맹우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
유승민 의원이 이끌었던 새로운보수당 출신 전직 의원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또는 새보수당을 거친 구성찬(초선·서울 강서갑), 정태근(초선·서울 성북을), 민현주(초선·인천 연수을), 조해진(재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해 본선 티켓을 따냈다. 진수희(초선·서울 중성동갑), 류성걸(초선·대구 동갑) 전 의원은 경선을 준비 중이다.
전직 의원끼리 경선을 치르는 지역도 있다. 서울 노원갑에서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현경병,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노근 의원끼리 경선을 치른다. 경남 창원진해에서는 김영선(4선)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달곤(초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원석 전 창원시 제2부시장이 경선에서 맞붙는다.
현역시절 물의를 빚었던 전직 의원들도 공천을 받거나 후보군에 올랐다. 경선에 오른 김희정 전 의원(재선·부산 연제)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 논란을 옹호하기도 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홍장표 전 의원(초선·경기 안산상록을)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18대 국회 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주먹으로 때려 논안을 빚었던 김성회 전 의원(초선·경기 화성갑)은 경선 후보군에 포함됐다.
통합당 현역 118명 중 발표가 나지 않은 6명을 제외한 112명 중 19명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24명이 불출마했다. 43명이 교체되는 것으로 전체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웃도는 36%가 물갈이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공관위가 혁신과 쇄신을 강조했지만 통합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전직 의원들이 어부지리를 보는 것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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