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과 용도의 마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인 마스크를 찾자니 선뜻 선택이 망설여진다.
뉴스1이 8일 보건용 마스크부터 산업용 방진·방독 마스크, 패션 마스크, 면 마스크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의 종류와 성능을 하나씩 뜯어봤다.
마스크는 크게 의약외품·산업용품·공산품 3가지로 나뉜다. 흔히 'KF마스크'로 불리는 보건용 마스크가 대표적인 의약외품 마스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KF80, KF94, KF99 마스크 3종만 '보건용 마스크'로 인정하고 있다.
KF(Korea Filter)는 식약처가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성능을 검증한 뒤 부여하는 인증마크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낸다는 의미다. 단 바이러스 감염원까지 걸러내는 마스크는 KF94, KF99 둘 뿐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Δ좌우가 접히는 '접이형' Δ볼록한 컵 형태의 '컵형' Δ필터 교체형 Δ배기밸브형 Δ배기밸브&필터 교체형 등 5가지 유형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보건용 마스크는 따로 없다.
접이형과 컵형은 일회용 마스크다. 필터 교체형은 세탁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안에 KF인증을 받은 필터를 갈아 끼워 사용한다.
배기밸브형과 배기밸브&필터교체형은 각각 접이형·컵형·필터교체형 마스크 표면에 배기밸브를 달아 호흡이 편하게 보완한 마스크다. 단 배기밸브는 날숨에 섞인 유해물질은 효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에게는 부적합할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의 '대체재'로 지목돼 '제2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산업용 마스크는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건용 마스크와 동등한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등 '감염원 차단 성능'은 보장할 수 없다.
산업용 마스크는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의 인증심사를 거쳐 특급·1급·2급으로 분류된다. 심사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인증마크도 KF가 아닌 'KCs'가 달린다. 유형은 크게 '방진 마스크'와 '방독 마스크' 두 가지가 있다.
특급·1급·2급은 각각 KF99·KF94·KF80과 동등한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있다. 인증 절차만 놓고 보면 산업용 마스크가 보건용 마스크보다 더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보건용 마스크는 Δ분진포집효율 Δ흡기저항 Δ누설율 Δ머리끈 인장강도 등 5단계 인증심사를 거친다. 산업용 마스크는 여기에 Δ배기밸브 작동 Δ이산화탄소 농도 등 10가지 시험 항목이 추가된다. 단 보건용 마스크는 중금속·폼알데하이드 등 불순물 함유량을 측정하는 '순도시험'이 추가된다는 점이 다르다.
산업용 마스크가 더 꼼꼼한 인증 절차를 거치지만 '감염원 차단 성능'을 가졌는지는 모호하다. 애초 산업용 마스크는 제조 현장에 날리는 쇳가루 등 분진을 막기 위한 안진도구다. 보건용 마스크와는 '용도'가 달라 '성능'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의료용 마스크인 'N95 마스크'를 비롯해 'KN95', 'FFP2', 'P2' 등 해외기관 인증마크를 내건 마스크는 믿고 써도 될까.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식약처는 '해외기관 인증이 있더라도 KF인증을 받지 않으면 미세먼지 및 감염원 차단 효과를 광고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반면 의료계와 학계는 "KF인증은 해외 선진국의 인증제도를 본뜬 것이어서 성능이 동등하다"고 본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인증한 의료용 마스크 'N95'가 대표적이다. N95 마스크는 0.02~0.2㎛의 바이러스를 95% 차단한다. KF94 마스크와 분진포집효율은 동등하지만 필터 성능은 더 뛰어나다. 다만 '유분(기름) 차단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유럽 마스크 인증 기준인 FFP1·FFP2·FFP3와 P1·P2·P3도 각각 미세입자를 80%,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지만,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세먼지 차단' 문구를 쓸 수 없다. 중국 식약청의 'KN' 인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계와 의료계는 "해외기관에서 인증받은 마스크라면 KF 마스크 대신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논란의 주인공인 '면 마스크'는 써도 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나 대면 업무가 잦은 직종을 빼면 면 마스크로도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면 마스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코나 입으로 손이 가는 상황은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붙여 쓰면 예방 효과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부착한 결과, 분진포집효율이 KF80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무런 인증을 받지 않은 '무허가 마스크'나 '반영구 마스크' 등 시중에 유통되는 정체불명의 마스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패션마스크 업체 A사는 오픈마켓에서 세탁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반영구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A사는 KF94 인증을 받은 필터에 특허기술을 덧입혔다고 주장하지만, 반영구적으로 빨아서 쓸 수 있는 KF인증 필터는 없다. 아무 인증도 받지 않은 중국산 마스크도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러 번 빨아서 써도 되는 KF마스크나 필터는 없다"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KF마스크라고 한다면 허위·과대 광고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