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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낯선 사람과 주고받는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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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4 22:56:50 수정 : 2021-03-25 14: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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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 사람은 공공장소나 사무실에서 자기 뒤에 누가 온다는 기척만 느껴도 문을 열고 그 사람이 지나가도록 하고, 그 뒤에 자신이 들어오고 문을 닫는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뒷사람이 제법 떨어져 오더라도,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그 사람이 탈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 당연히 뒷사람은 그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공공장소 건물에서 문을 여닫고 갈 때, 앞사람이 뒷사람을 배려해 문을 잡아주면, 뒷사람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자기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대신 문을 잡으려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뒷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잽싸게 몸을 움직여 빠져나가는 예도 있다. 그 경우, 문을 잡고 서 있는 사람은 괜히 친절을 베풀었다고 잠시 후회하거나, 아니면 ‘저런 사람이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유사한 상황은 비행기 안에서 늘 발생한다. 비행기 좌석이 점점 좁아지다 보니, 복도 쪽이 아닌 좌석에 앉은 승객은 화장실에 갈 때 옆 좌석 승객의 양해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사람은 옆 승객과 눈길을 맞추고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복도 쪽으로 나가고 싶다’라는 동작을 취한다. 영어의 “익스큐즈 미”, 일본어의 “스미마셍” 등 표현은 다양하지만, 내용은 같다. ‘불편을 끼치는 행동에 용서를 구한다’라는 뜻의 말을 들은 사람은, ‘예. 물론입니다. 지나가세요’라는 의미로 가볍게 답인사하면서, 좌석에서 일어나 복도 쪽으로 비켜서거나, 좌석에 앉은 채 몸자세를 최대한 비틀어 옆 사람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복도 쪽으로 나간 사람은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옆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소매를 끈다든가, 팔 또는 어깨를 가볍게 툭 치거나 건드리며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알려오면, 복도 쪽 좌석에 앉은 승객은 그의 무례함에 일순간 당황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쓴소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불편한 마음을 숨기고 자리를 비켜준다. 그렇게 자리를 비켜줬는데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불편한 감정은 더욱 증폭된다. 이 정도 되면, 성질 급한 서양 사람은 싸울 듯이 거칠게 항의하기도 한다.

복잡한 전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때, 길을 막고 서있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할 때, 또는 타인을 앞질러 서둘러 가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옆 또는 뒤에 있던 사람이 “실례합니다”라는 말없이 자신의 몸을 밀치거나, 자신을 앞질러 나가는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례합니다”와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단순한 ‘의례적 표현’이 아니라, 낯선 타인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에게 정중하게 배려와 양보를 요청하는 의미를 담고 있고, 또 그에 대해 ‘고맙다’라는 감정을 전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문을 잡아주는 행동, 또는 “실례합니다”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은 몸과 입에 밴 습관으로, 상대방에게 특별한 친절을 베푸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위반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공중도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행동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공중도덕을 어기는 것이 되므로, 사회적 제재의 대상이다. 길거리에 휴지·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것뿐 아니라, 기초 사회규범을 지키지 않는 것도 공중도덕 위반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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