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 두 달여 만에 결국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퍼졌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주요국에서는 하나같이 지도자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절대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발병 초기 정보를 축소·은폐하고 춘제(중국의 설) 대이동을 방치해 중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게 한 책임은 세계사에 기록될 만하다. 외신들은 연일 “시 주석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고, 강력한 언론통제 속에도 처참한 실태를 알리려는 의사, 언론인,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꿈쩍 않던 시진핑의 리더십은 바이러스로 금이 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코로나19의 역내 유입을 막겠다고 ‘미즈기와 작전’을 펼쳤다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공포의 유람선으로 만들었다.
미즈기와는 육지와 물이 만나는 곳(물가), 상륙하기 직전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로, 타지에서 입국하는 관문인 공항이나 항만에서 감염병의 역내 유입을 차단하는 작전을 뜻한다. 그러나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채 고립된 크루즈선에서 늑장 검사와 부실한 선내 방역 등으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 총 3711명 가운데 3일 기준 20%에 육박하는 706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물론 외교 문제로 비화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악몽은 ‘타이타닉’ 같은 역사적 재난영화로 제작될지도 모르겠다.
탄핵 위기를 가뿐히 넘기며 재선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만큼은 쉽게 비켜가지 못할 듯하다. 그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역사회 전파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며 ‘손만 잘 씻으면 괜찮다’며 손 씻는 시늉까지 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3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가 6명으로 늘고 11개주에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으며 지역감염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최대 고비는 샌더스도, 블룸버그도 아닌 코로나19가 될지 모른다.
조기에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듯했던 한국은 신천지라는 복병을 만나 중국 밖 확진자 수 최대 국가가 됐다. 중국 출신 불법체류자와 유학생마저 한국이 불안하다며 중국으로 떠나는 마당에 이제 와서 중국에 빗장을 거는 뒷북 조치는 실리도,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초기 중국발 입국제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좌고우면한 문재인정부의 실기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이들 지도자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초기 대응에 미온적이었다. 정치적, 경제적 이유나 안이한 판단 또는 무지로 인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방역망이 뚫리는 결과를 맞았다.
둘째, 전문가들의 제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방역과 치료의 최전방에 있는 의료진과 검역전문가들은 초기 발병국으로부터 입국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의사들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는 나라일수록 정보 은폐 및 폐쇄적 행정으로 감염을 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두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갖춰야 할 필수요건인 의사결정의 신속성, 내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개방성, 정보의 투명성을 무시한 결과다.
반면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대만은 1월23일 중국 정부가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전면 봉쇄하자 다음날 바로 의료용(N95) 마스크 수출금지 조치부터 발동했다. 지난달 초부터는 ‘마스크 실명제’를 도입해 매점매석을 막고 가격통제에 나섰다. 이어 자국민을 우한에서 전세기로 탈출시키고 대륙과의 모든 항로와 해로 등 직항노선을 끊는 등 순차적으로, 그러나 신속하게 중국에 빗장을 걸었다. 3일 자정 기준 대만의 누적확진자는 41명, 사망자는 1명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강대국은 없다는 것 아닐까.
김수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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