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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한국과 네팔의 결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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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6 23:21:06 수정 : 2020-02-26 2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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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중 조카가 지난 주말인 22일 결혼식을 올렸다. 나는 전에 다른 형제의 아들 결혼식에서 한복을 입은 적이 있다. 그 후로 2년이 조금 지나 이번에도 다시 한복을 입을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나는 한복을 입고 축제를 즐기러 가는 기분이어서 결혼식이 기다려졌다. 결혼식 당일 시누이와 올케 등과 함께 한복을 함께 입고 사진을 찍는 것도 매우 행복하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당일 홀에서 모이는 신랑과 신부 가족들이 짧은 시간에 결혼식을 마치고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 한국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이 넓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매우 짧은 시간에 끝나버린다. 마치 짧은 로맨스처럼. 나는 그런 짧은 시간에 마치는 결혼식이 매우 이상해 보였다.

내가 남편과 결혼해서 한국에 온 후 팔남매 형제자매의 조카들이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한복을 입을 수 있었다. 웨딩홀에서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는 시간들이 결혼식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평소 알지 못하던 가족들과 인사도 하게 되어 더 많은 가족을 인연으로 맺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걸고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대가족이 느끼는 것이 어떤 행복을 주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덴마크에 유학 간 여동생과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동생의 아들 그리고 홀어머니가 가까운 가족이다. 그래서 내가 가족에게서 느끼지 못한 행복을 시댁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느낄 수 있어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 더구나 한복을 입는 특별한 행사가 기다려진다.

먼주구릉 네팔한국문화센터 대표

나와 남편은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결혼식에 참석했다. 우리는 많은 가족들과 인사하고 멋진 신랑, 신부의 짧은 축제를 함께 했다. 내게는 모처럼 행복한 축제의 시간이었다.

사실 네팔의 결혼식은 매우 길다. 신부가 집에 가기 전날부터 이웃과 친척이 모여 과자를 만들고 춤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결혼식의 주요 행사는 보통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마을에서 대부분은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간다. 신랑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신랑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결혼식을 관장하는 주례가 가르마에 빨간색으로 축원을 비는 의식을 한다. 그 의식을 치르고 나면 그때서야 결혼이 성사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2011년 남편이 혼자 네팔에 와서 나의 종족회관에서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고 2012년 한국에 와서 네팔 식당에서 네팔 옷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주최한 합동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그때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대부분의 결혼이주민 여성들은 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는 하지만 한국의 전통결혼식도 못하고 네팔의 전통결혼식도 못하는 듯하다.

남편은 우리 부부가 함께 세 차례의 결혼식을 올렸지만 여전히 제대로 결혼식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중에 사정이 좋아지면 한국의 가족들을 네팔에 초청해 히말라야가 잘 보이는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신랑, 신부에게 설레는 삶에 중대한 일인 결혼식은 축복임에 분명한 것 같다.

 

먼주구릉 네팔한국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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