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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샘 검체 검사”… ‘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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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1 14:28:52 수정 : 2020-02-21 21: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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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소속 보건연구사가 생물안전실험실에서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제공

“보건연구사가 바이러스를 두려워해서 되겠어요?”

 

21일 경기 과천에 위치한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만난 이재인(54·사진) 보건연구사는 매일 검체를 마주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냐는 물음에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당찬 목소리와 달리 얼굴에 짙은 피로가 드리운 이 연구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확산한 뒤로 ‘퇴근을 못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질병연구부 바이러스검사팀에 속한 이 연구사는 첫 직장인 이곳에서 26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역학조사관으로서 대규모 감염병 유행을 최일선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이 연구사는 전날부터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메르스 이후 일선 방역당국의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 이재인 박사. 남정탁 기자

이 연구사는 그 근거 중 하나로 메르스 사태 이후로도 연간 300건 이상의 의심환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보건소, 격리(병상) 병원, 진단 기관은 일상적으로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강화한 대응체계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역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도입된 ‘긴급사용 승인제도’다. 감염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진단키트(진단시약)를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민간에 제조·판매·사용을 한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7일 만에 한 민간업체의 진단키트가 의료기관에 보급된 것에 대해 유례없이 신속한 대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환경연구원도 지난달 2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반’을 운영 중이다. 바이러스검사팀 인원에 타부서의 지원 인력까지 총 28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업무가 몰리는 야간 근무에는 밤을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에 연구사들은 연구원 한편에 난방 기구와 간이침대를 들여 쪽잠을 자고 있다. 이 연구사는 이 공간을 가장 자주 찾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실험실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몰리는 검체 검사 일을 거드느라 이틀에 하루꼴로 연구원에서 잠을 청한다. 그의 가족들도 감염이 아닌 과로를 걱정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보건연구사들의 비상근무 체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부터 해외여행력에 관계없이 의사가 코로나19를 의심할 경우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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