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교육부가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서울대, 고려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학생부교과전형은 수능 최적학력기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특히 학생 선호가 높을수록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일부 대학이 학생부 교과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이런 대학은 수능에는 약하지만 내신이 유독 강한 학생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3일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이 50% 이상 반영되는 전형으로 대학에 따라서 면접과 서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광운대, 명지대, 세종대, 아주대, 한양대의 경우 다른 평가 요소가 반영되지 않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내신만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높은 성적 순으로 선발한다.
이런 전형의 경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입시 결과가 매우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양대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합격자 평균이 1.5등급을 넘지 않으며, 인기가 높은 파이낸스 경영학과의 경우 2019학년도에 1.02등급에서 평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학생부 100% 전형은 기타 평가 요소가 반영되는 전형보다 입시 결과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신과 수능 차이가 큰 학생일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순수하게 내신으로만 평가하는 경우와 달리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만 쓸 수 있는 학생부교과전형도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화여대와 중앙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화여대는 면접이 20% 반영되고 중앙대는 서류가 40% 반영된다. 기타 평가 요소가 적용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과 성적이 절반 이상 반영되기 때문에 입시 결과도 상당히 높게 형성된다. 중앙대 입시결과 공유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영어영문학과, 간호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합격자 성적이 1등급대로 형성됐다. 추천 인원이 3∼5명 정도로 제한된 전형인 만큼 내신을 잘 관리하면서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학생들이 고려해보면 좋을 선택지로 평가된다.
학생부교과전형에 면접이 포함된 대학도 있다. 명지대 교과면접전형은 내신으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점수와 면접으로 최종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이지만 면접 영향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명지대에서 학생부 100%로 선발하는 교과성적전형과 입시 결과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2019학년도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교과성적전형 인문 평균이 2.26, 자연은 2.38이었지만, 교과면접전형은 인문 2.83, 자연 3.01이었다. 2단계에서 반영되는 면접 30%가 비율이 낮아도 아쉬운 성적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다. 내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학교생활에 적극 참여한 학생이라면 명지대 교과면접전형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수능이라는 허들이 없는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의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으로, 비슷한 수준의 대학과 비교했을 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경우 입시 결과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수험생이라면 3학년 1학기까지 철저하게 내신 관리를 해야 한다”며 “더불어 내신 외적인 평가 요소가 반영될 경우 이것들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경쟁력 또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선택지 외에도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학생부교과전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상위권 대학의 많은 경우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수능에 절대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올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에 다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대, 성신여대, 인천대 등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변경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결국 비슷한 교과성적을 가진 수험생들끼리 경쟁하기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다면 절대 우위에 서게 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변경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남은 기간 수능 영역별 학습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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