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 등이 결국 공포의 유람선 대응을 놓고 갈팡질팡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권을 더는 두고 보지 않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 중인 미국인을 전세기 두 대를 동원해 대피시키기로 했다. 미·일 정부는 16일 밤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하는 전세기 2대에 미국인 승객 380여명을 이동시켜 17일 새벽 출발하는 방향으로 조율했다. 공항까지 승객 수송은 자위대 버스를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이날 탑승자 중 원하는 국민의 경우 국내 이송 추진 방침을 밝혔다. 캐나다, 홍콩, 대만도 각각 전세기를 보내 이 배의 시민 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캐나다 200명, 홍콩 330명, 대만 20명의 승객이 각각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 국민의 하선을 요구했다.
미국 등의 조치는 일본 정부의 대응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아베 정권이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된 셈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매일 요코하마 현지를 연결해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인정함에 따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이날 NHK 시사프로그램인 일요토론에 출연해 “(일본에서의) 감염 확대를 전제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감염 경로가 판명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또 7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이 배의 탑승자 3711명(입항 시 기준) 중 35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도쿄도 5명, 아이치현 1명의 추가 감염자도 확인됐다. 일본 내 전체 감염자 수는 400명을 돌파해 414명으로 늘었다. 14∼16일 주말 사이에만 163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북부 홋카이도에서 남부 오키나와까지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0곳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전날 와카야마현 병원에서는 남성 의사 부부 등 3명이 감염돼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병원 내 확산 사례가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중국과의 접점이 분명치 않고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코로나19 환자가 각지에서 발견됐다”며 “앞으로 국내 유행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