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정부 방역체계를 벗어난 환자가 확인됐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등 해외 여행력이 없고, 정부가 관리하는 확진자 접촉자도 아니었다. 이로써 국내 감염자가 29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비상이 걸렸고, 중국 내 확진자는 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된 29번 환자는 82세 한국인 남성이다. 추가 환자 발생은 지난 10일 28번 환자(31·여·중국) 이후 6일 만이다. 29번 환자는 국내 환자 중 최고령으로, 현재 발열(37.5도)과 폐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다.
29번 환자는 해외여행력이 없다고 검역 당국에 진술했다. 정부가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한 1785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같이 사는 29번 환자의 부인은 현재까지 증상이 없다. 보건당국은 감염경로와 접촉자 파악 등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환자는 동네병원에 방문했다 관상동맥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전날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해외여행력이 없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았다. 의료진은 심근경색을 의심해 엑스레이를 찍었고, 바이러스성 폐렴이 확인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대안암병원은 응급실을 즉각 폐쇄하고 당시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과 병원 직원, 환자 등 40여명을 격리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지역사회 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원인불명 폐렴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 해외여행력과 무관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상시로 가동하는 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에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날까지 코로나19 환자는 총 29명으로, 이 중 9명은 격리 해제됐다. 7번 환자(29·남·한국)와 22번 환자(47·남·한국)가 지난 15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정부 1, 2차 전세기로 들어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진천 국가공무원교육원에 격리됐던 우한 교민 699명은 이틀에 걸쳐 모두 퇴소했다. 우한 교민 중 2명은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 치료 중이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며 이번 사태가 신국면에 진입했음을 인정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날도 요코하마항에 접안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70명, 도쿄와 아이치에서 6명 등 모두 76명의 추가 감염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배에서는 탑승자 3711명(입항 시 기준) 중 355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일본 내 전체 감염자 수도 400명을 돌파해 414명으로 늘었다.
중국에선 확진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600명을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31개 성에서 확진자는 6만 8508명, 사망자는 166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가 2017명 증가하고, 사망자는 142명 늘어난 수치다.
우한과 후베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12일째 신규 확진자의 증가폭이 감소했다. 중국은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나고, 2억 50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대도시 복귀를 앞두고 2차 확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 출신인 80세 중국 남성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인한 폐감염으로 14일 치료를 받던 파리의 병원에서 숨졌다. 지난 15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한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탑승했던 83세 미국 여성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진경 기자, 도쿄·베이징=김청중·이우승 특파원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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