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남쪽 끝에 자리한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 버드 폭스가 근무하는 회사가 있는 곳이다. 증권거래소 주변에서 부자가 되는 꿈을 키우던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악명 높은 금융가 고든 게코를 찾아간다. 게코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남의 회사 주식을 싸게 매입한 뒤, 다시 고가에 팔아서 부를 이룩한 인물이다. 버드는 그와 손을 잡고 델타 제지를 저가에 사들이고 비싸게 되팔아 막대한 부를 쌓는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근무하는 블루스타 항공사를 구해보려고 노력한다. 게코에게 부탁하고, 게코는 이에 응한다. 하지만 그는 뒤로 블루스타를 해체하려 하고, 이를 알아낸 버드는 게코를 배신하고 와일드맨에게 간다. 와일드맨은 버드를 앞세워 주가를 조작해 게코에게 큰 손해를 입히고 블루스타를 구한다. 그러나 다음날 버드는 주식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게코와 함께 교도소로 들어간다.
1987년에 개봉한 영화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이야기다. 영화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에 있는 ‘월가’(월스트리트·Wall Street)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과 거대 금융사, 투자은행 등이 밀집된 미국 금융시장의 중심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과도 같은 곳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 금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거의 전 세계의 자금이 유입된 뒤 돌고 돌아 전 세계로 퍼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악재가 터졌다 하면 그날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도 같이 쓰러진다. 예를 들어 미국이 쓰러지면 일본도 쓰러지고 두 나라가 쓰러졌으니 한국도 같이 쓰러진다는 식이다. 그만큼 월가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금융시장, 또는 증권시장에서 기업 내부정보만 알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 내부자거래로 불리는 행위로, 회사의 내부자가 자신의 직무 및 지위와 관련해 얻은 회사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회사증권을 거래하는 등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공정거래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인들은 언제나 내부거래의 유혹에 흔들린다.
책은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내부자거래 사건 100년의 역사 중 미국을 뒤흔들었던 대형 스캔들 12건에 대한 증언이며 기록이다. 또한 황금도시 ‘엘도라도의 현대판’인 월가에서 돈과 명예, 권력을 향해 질주했던 금융인들의 탐욕과 오만, 그리고 이들을 단죄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증권거래위원회의 분투를 담았다. 법정에서 거대 로펌 변호사들이 욕망에 휩싸였던 금융인들을 비호했던 증언과 연방법원 판사들과 배심원들의 준엄한 심판도 포함했다.
책은 1930년대에 미국 법조계에 커다란 논쟁을 일으켰던 아가시 판결부터 시작한다. 내부자거래를 처음으로 응징했던 1961년 캐디 로버츠 사건, 그리고 대기업의 임원 13명을 내부자거래 혐의로 연방법정에 세웠던 텍사스걸프 사건으로 이어진다.
1970년대 발생한 인쇄공 치아렐라 사건도 다룬다. 치아렐라는 기업매수 관련 자료를 인쇄하다가 내부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사고판다. 그렇게 14개월 동안 그는 3만달러를 벌었다. 연방항소법원은 정보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거래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치아렐라의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기업 내부자가 아니란 이유로 무죄를 선고, 결국 치아렐레는 자유의 몸이 됐다.
1980년대에는 ‘탐욕의 시대’라 일컬어지던 시대답게 대형 내부자거래 스캔들이 터진다. 월가의 황태자인 데니스 레빈 사건, 차익거래의 황제 이반 보스키 사건, 그리고 정크본드의 제왕으로 일컬어진 마이클 밀켄 사건이 있었다. 이 3명을 중심으로 발생한 스캔들이 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요 내용이다.
가정생활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을 시작으로 가사(家事) 제국을 만들었던 마사 스튜어트가 2002년 생명공학업체 임클론의 주식을 부당거래한 사건도 다룬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내부거래 스캔들이라 불리는 헤지펀드 갤리언의 공동설립자 라지 라자라트남 사건도 책에 포함됐다. 이어 세기의 내부자거래 스캔들이라 할 수 있는 SAC 캐피털 스캔들로 책은 마무리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지도급 인사의 내부자거래 사건들을 포함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내부정보에 수시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가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내부정보를 접하게 될 수 있는 일반 독자들이 내부자거래가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유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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