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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상소감이 미국 파괴” 美진행자에 비난… 인종차별 허문 ‘기생충’

입력 : 2020-02-10 23:00:00 수정 : 2020-02-10 19: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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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왜 영어로 안 만들었나”… ‘백인 중심’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 쾌거 인종차별 벽 허물어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A(미국)=뉴스1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백인 중심주의를 드러냈던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일어난 ‘일대 사건’에 오래도록 쌓여온 인종차별의 그림자도 여실히 드러났다.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최고 영예인 최우수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A(미국)=뉴스1

논란은 봉 감독의 각본상 수상 소감 직후 불거졌다. 봉 감독은 각본상을 받자 “엄청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Great Honor. Thank you)”를 영어로 말한 후 남은 수상 소감을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에 ‘더 화이트 하우스 브리프’(The White House Brief) 진행자인 방송인 존 밀러는 봉 감독이 한국어 소감을 두고 “봉준호라는 이름의 남자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1917’을 넘어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며 “영어로 말한 후 한국어로 남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을 파괴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후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가수 존 레전드는 “이런 멍청한 글은 돈을 받고 쓰는 건가, 아니면 재미로 쓰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NBC의 법률자문을 맡은 케이티 팽은 “한국인이 싫으면 사라져라”는 답글을 달았다.

 

abc방송 갈무리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제나 기욤은 이날 SNS에 봉 감독의 아카데미 인터뷰에서 나온 ‘황당’ 질문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봉 감독은 abc방송 진행자로부터 “다른 영화는 영어로 만들었는데 왜 ‘기생충’은 한국어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제나 기욤은 “일부 인터뷰 진행자들이 봉 감독에게 왜 ‘기생충’을 한국어로 제작했는지 물어봤다”며 “그들은 모든 미국 감독에게도 왜 영화를 영어로 제작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인터뷰 질문은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의 차이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설국열차’에서도 캐릭터·배경에 따라 한국어가 등장하는데, 해당 질문은 이를 간과한 동시에 인종차별적 인식이 깔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상식 전 ‘기생충’은 한국영화라는 이유로 1~2점을 받는 ‘평점 테러’를 당했는데, 이 또한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결국 ‘기생충’은 이런 차별적 시선을 뚫고 마지막에 웃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 영화사상 처음이다. 각본상은 아시아계 영화로도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이다. 뿌리 깊은 백인 중심의 시상식에서 그만큼 ‘기생충’의 수상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한국인에 대한 낯선 시선을 한층 누그러뜨렸으며 인종차별의 벽을 다소나마 허물었다는 점에서 영화 한 편이 발휘한 위력은 대단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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