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에서 열린 피겨 대회에서 일본 선수가 입은 의상이 ‘욱일기’ 논란을 불렀다.
지난 5일 서울 와이키키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사카모토 카오리 선수는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욱일기’를 형상화한 듯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현재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도 종종 사용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일본 후지TV 영상을 보면 사카모토가 입은 빨간 의상에는 어깨와 허리쯤에 ‘빗살무늬(선이 빗살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진 무늬)’가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욱일기를 대각선으로 잘라 논 것처럼 보인다.
일본 선수의 의상은 국내 한 스포츠 매체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고 그 후 일본 언론에서 해당 기사를 인용해 사카모토 선수가 입은 의상이 ‘한국에서 욱일기 논란을 불렀다’고 전하면서 온라인 한일전이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단순 줄무늬를 보고 욱일기라고 한다’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사카모토 소셜미디어(SNS)에 “욱일기로 보려 해도 그렇게 볼 수 없지만 우리(일본)가 보기엔 좋기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욱일기가 의상에 새겨져 있진 않다”면서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는 “(게재한) 사진이 한국이 말하는 욱일기”라며 “줄무늬를 보고 욱일기라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기 힘들다”는 의견을 전했다. 얼핏 본 디자인이 욱일기와 비슷할 뿐 ‘욱일기는 아니다’라는 게 일본 쪽 반응이다.

반면 한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의도적인 디자인’이라는 의견이다.
또 2020 도쿄 패럴림픽 메달이 욱일기를 닮은 문양이 담긴 것을 비롯해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논란이었던 일본 체조 대표팀 유니폼 등의 사례를 지적하며 세계인이 보는 스포츠 대회 등에서 전범기(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보기 안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밖에도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욱일기 응원을 허용한 걸 지적하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욱일기 논란에 대해 “군국주의의 상징이란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며 “(한국, 중국 등 욱일기에 반발하는 국가에서) 큰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외무성은 ‘일본 문화의 일부로서의 욱일기’라는 한국어 설명에 “욱일기는 풍어기나 출산, 명절을 축하하는 깃발, 또는 해상 자위대의 깃발 등 일본 국내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것이 정치적 주장이나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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