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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환경개선” “선심성 공약” 기대반 의심반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0-02-08 13:00:00 수정 : 2020-02-07 21: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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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쪽방촌’ 정비 반응 / 정부, 환경개선·공공주택 사업 추진 / 이주단지 조성후 사업지구 리모델링 / 쪽방주민 배척 아닌 포용 긍정 평가 / 지역 활력·주거복지 개선 등 큰 관심

“추운데 따뜻한 곳에서 밥 먹어. 안 그러면 수전증 걸려. 선생님 잠시만 비켜주세요!”

지난달 22일 오후 두툼한 점퍼 차림에 검은 비닐 봉지를 든 남성이 뒤에서 다가오며 이같이 말했다. 옆에는 일행으로 보이는 한 남성도 있었다. 성인 2~3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차는 좁은 골목을 걸어 앞서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으로 다가서니 한겨울 추위를 막기도 힘들어 보이는 문이 눈에 띄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 밀집지역인 영등포 쪽방촌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의 쪽방촌 풍경.

◆1970년대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 주민 끌어안고 새롭게 탈바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쪽방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신혼부부가 살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모두 1200호 규모의 신(新)주거공간으로 쪽방촌 일대 1만㎡을 정비한다는 게 이번 사업의 골자다. 요셉의원과 광야교회, 토마스의 집 등 기존 돌봄시설의 재정착을 돕는 한편 주민의 자활과 취업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영등포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 시행자로 참여한다.

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도 “영등포뿐만 아니라 서울에 남아있는 다른 쪽방촌 4곳도 이와 같은 모델로 사업이 시행되면 좋겠다”고 더 큰 바람을 드러냈다.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1970년대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격한 도시화·산업화에서 밀려난 빈곤층이 대거 몰려 서울을 대표하는 노후 불량 주거지가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360여명이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화재나 범죄 위험에 상시 노출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알코올의존증, 우울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자살이나 고독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쪽방 하나당 면적은 1.65∼6.6㎡(0.5∼2평)이며, 월세는 평균 22만원이다.

영등포 일대를 탈바꿈시킬 이번 사업에 시선이 쏠리는 건 ‘선(先)이주·선(善)순환’ 방식을 채택한 이유도 있다. 사업지구 내 건물 리모델링에 앞서 먼저 이주단지를 조성해 사업 기간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토록 하고, 공공주택이 원래 쪽방 자리에 들어서면 이들을 재정착시키는 구조다. 이후 이주단지를 철거하고 나머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분양하는 식이다. 쪽방 주민을 배척이 아닌 포용 대상으로 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 보상 등을 거쳐 2023년에 입주를 모두 끝내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되면 쪽방 주민들은 기존보다 2∼3배 넓은 공간(16㎡·4.84평)을 현재 대비 20% 수준의 임차료(보증금 161만원·월 3만2000원)로 살 수 있으며, 보증금은 공공택지 이주 지원비로 충당되는 만큼 임차료만 부담하면 된다.

앞서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됐지만 주민 이주대책 등을 둘러싸고 중단된 바 있어 구체적 계획을 동반한 이번 사업이 실현될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의 쪽방촌 풍경.

◆“우리에게 원래도 관심 없어” vs “낡은 집 바꾸는 데 마다할 리 없다”

영등포구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고 향후 주거복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건만, 정부 발표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이곳에서 만난 쪽방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 등을 위한 선심 공약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가 하면, 수십년 기다린 쪽방촌 환경 개선이 드디어 이뤄진다는 기대가 교차했다.

20여년째 쪽방촌에 산다는 60대 남성 A씨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그럴듯한 말일 뿐”이라며 “우리 같은 이들에게 원래부터 관심이나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50대라고 밝힌 B씨는 “집만 지어주면 무엇하냐”며 “우리가 실제로 필요한 건 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임시 이주단지가 마련되는 등 과거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 같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주민들도 있었다. 한 60대 남성은 “우리야 새로운 집을 지어준다면 당연히 좋지 않겠느냐”고 반겼고, 강아지를 돌보는 50대 여성은 “낡은 집을 새롭게 바꿔준다면 마다할 리 없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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