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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美대사 "6·25 참전한 흑인 병사 10만명 넘어"

입력 : 2020-02-02 16:00:00 수정 : 2020-02-02 13: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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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흑인 역사의 달’… 미국에 기여한 흑인 기려 / 미 해군 최초 흑인 조종사, 장진호 전투서 전사 / 6·25 참전한 흑인 병사 2명은 ‘명예훈장’도 받아

미국에서 2월은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이다. 흑인, 정확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미국 역사와 문화에 기여한 업적을 기릴 목적에서 1976년부터 매년 2월을 ‘흑인 역사의 달’로 지정해 한 달 내내 기념행사를 연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2020년에 해야 할 10가지 일 중 5번째로 ‘6·25전쟁 70주년 기리기’를 꼽았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6·25전쟁 당시 미군 흑인 장병들의 업적을 강조, 눈길을 끈다. 해리스 대사는 올 한 해 미 대사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6·25전쟁 70주년 기리기’을 꼽은 바 있는데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 해군 최초 흑인 조종사, 장진호 전투서 전사

 

2일 해리스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흑인 장병 3명의 얼굴 사진과 함께 “6·25전쟁에 참전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병사들이 10만명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라는 소개의 글이 게재돼 있다.

 

19세기 남북전쟁의 결과로 흑인 노예가 ‘해방’되었음에도 미군은 오랫동안 흑인을 차별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흑인 병사들은 백인과 따로 훈련을 받았고, 백인과 분리된 별도의 부대에 속해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2차 대전 이후인 1948년 7월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병영 내부에서 흑인 차별을 철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함으로써 비로소 미군 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철폐됐다.

 

그로부터 2년 뒤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고 미군이 대규모 군대를 파병함으로써 6·25전쟁은 미군 역사상 ‘흑백 통합으로 치른 첫번째 전쟁’으로 기록됐다.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 1개월의 전쟁 기간 동안 연인원 총 180만명의 미군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리스 대사는 그중 10만명 이상이 흑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제시 브라운 해군 소위. 미 해군 역사상 최초의 흑인 조종사였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해리스 대사가 특별히 얼굴 사진을 올린 흑인 장병 3명은 미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웅’이다. 먼저 제시 브라운(1926∼1950) 해군 소위. 그는 흑인으로는 처음 해군 조종사가 된 인물이다. 미군은 1930년대만 해도 흑인이 군용기 조종사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2차 대전에 뛰어들면서 조종사 수요가 크게 늘자 흑인의 항공병과 진입을 받아들이게 된다.

 

◆6·25 참전한 흑인 병사 2명은 ‘명예훈장’도 받아

 

1949년 소위로 임관한 브라운은 이듬해 6·25전쟁이 터지면서 곧 한국 전선에 투입됐다. 그해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미 해병대와 중공군이 사투를 벌인 ‘장진호 전투’ 당시 브라운은 F-4U 콜세어 전투기를 몰고 중공군을 공격하던 중 대공포에 맞아 추락했다. 그의 시신은 아직도 장진호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코넬리어스 찰턴 육군 병장(왼쪽)과 윌리엄 헨리 톰슨 육군 일병. 사후에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이 추서됐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다음은 코넬리어스 찰턴(1926∼1951) 육군 병장. 제24보병여단 소속으로 1951년 6월 강원 철원의 지포리에서 중공군과 싸우던 도중 전사했다. 그는 적군을 향해 직접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쏘며 부하들에게 반격을 독려하던 중 적탄에 맞아 숨졌다. 이런 영웅적 행동으로 미군에서 최고 영예로 통하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이 수여됐다.

 

마지막으로 윌리엄 헨리 톰슨(1927∼1950) 육군 일병. 2차 대전 말기에 징집돼 종전과 동시에 민간인이 되었다가 다시 입대해 6·25전쟁에 뛰어든 인물이다. 한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이 패전을 거듭해 낙동강 방어선 안에 고립됐던 1950년 8월 경남 함안 부근에서 부산 방어를 위한 전투 도중 숨졌다. 북한군에 포위된 자신의 부대원들이 무사히 탈출할 때까지 기관총 가격을 도맡았다가 결국 전사했다. 전우를 위한 희생을 높게 평가한 미군은 그에게 명예훈장을 추서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흑인 장병 중 명예훈장을 받은 이는 찰턴과 톰슨 두 명뿐이다.

 

해리스 대사는 올해 1월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020년에 꼭 해야 할 일 10가지’를 공개한 바 있다. 6·25전쟁 70주년 기리기를 5번째로 뽑아 굳건한 한·미 동맹 유지를 향한 일념을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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