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 있는 대구공항(민간공항+K2공군기지)을 경북 지역으로 옮기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건설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르면 2026년 개항할 신공항 건설 청사진과 현재 대구공항 부지 활용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관내 우보면 유치를 밀어붙인 군위군이 김영만 군수를 앞세워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등 예상 밖 변수로 신공항 추진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22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한 통합신공항 이전 지역 선정 주민투표에서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점수가 89.52로 ‘단독후보지’(군위군 우보면)의 78.44점을 앞섰다. 신공항 이전지역은 후보지별 주민투표율과 찬성률을 50%씩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선정된다. 공동후보지에 대한 의성군민 투표율과 찬성률은 각각 88.69%와 90.36%로 단독후보지에 대한 군위군민 투표율(80.61%)과 찬성률(76.27%)보다 높았다.

◆국방부 장관이 신공항 부지 확정하면 2026년 개항 목표로 추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주민투표 완료 후 이전 후보지 지방자치단체장이 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국방부 장관에게 군 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국방부 장관은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이전부지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
신공항은 11.7㎢ 땅에 활주로와 격납고 등을 갖추고 주변에 항공기 소음을 줄이는 완충지역 3.6㎢를 두기 때문에 총 15.3㎢ 규모로 현재 대구공항보다 2.2배가량 넓다. 제11전투비행단과 군수사령부를 비롯한 군 시설과 주변 지원사업 비용 등 군 공항 건설에 드는 사업비는 약 9조원이다. 사업비용은 대구시가 K2공항부지(가치 9조2700억원 추정)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충당한다.

신공항은 유럽과 북미 지역 등 중·장거리 국제노선이 취항할 수 있도록 길이 3.2㎞ 이상 활주로 2면을 조성해 각각 군 공항과 민간 공항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객터미널은 각종 스마트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연간 1000만명의 항공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경북도는 신공항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항 주변과 배후 약 430만㎡에 1조원을 들여 항공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인 군위와 의성의 상생 발전을 위해 ‘단독후보지’에서 탈락한 군위에 클러스터 70% 이상을 배치할 계획이다. 군위 쪽 330만㎡에 8000억원을, 의성 쪽 100만㎡에 2500억원을 각각 투입해 항공 관련 부품·소재, 전자 부품,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공항 배후 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대구공항 부지에 20조원 들여 미래형 복합신도시 들어서
대구시는 대구공항 이전 부지에 20조원 이상을 들여 ‘글로벌 수변공간’과 ‘첨단 스마트시티’를 콘셉트로 미래형 복합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수변공간은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인 클라크키와 같이 수변과 수변을 연결해 친수·문화·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특화 상업지역을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공호수 400만㎡와 인공습지 200만㎡ 등 도시 전체의 40%를 녹지 및 수변공간으로 한 말레이시아의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도 모델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에 기반한 미래도시 플랫폼도 구축한다. 상업·주거·문화공간과 초고층 복합상업시설을 조성하고, 트램(노면전차)으로 내외부 연결 교통망을 구축하는 한편 대구혁신도시, 동대구벤처밸리 등 기존 거점지역과 연계해 동촌 신도시로 개발한다.

다만 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경북도와 대구시의 구상이 일정대로 착착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한 군위군이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여서 신공항 추진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특별법상 공동후보지 지자체장인 군위군수와 의성군수가 함께 신공항 유치 신청을 해야 하는데, 김 군위군수가 거부한 채 이날 다시 우보면 단독유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법리 해석을 두고 공방이 치열할 것 같다”며 “국방부 등과 깊이 있게 협의하고 법률 검토와 자문을 해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만나 “군위와 의성 지역 주민들이 아쉬움도 있겠지만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안동·대구=전주식·김덕용 기자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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