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시작부터 불안하다. 마지막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병원이 폭격을 당하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엄마는 다급히 아이를 찾는다. 정작 아이는 평온한 모습이다. 폭격소리에 익숙한 듯 울지 않는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9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인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절제된 시선으로 응축해 보여 준다. 와드 알카팁 감독은 딸 사마를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 가족은 2016년 말까지 친구, 이웃들과 시리아 알레포에 남아 삶의 터전을 지키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다.
전쟁의 포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무정부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빈 건물에 병원과 학교를 만들었다. 함자 알카팁은 병원 의사 32명 중 한 명이었다. 와드 감독은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무고하게 숨진 사람들의 피가 바닥에 흥건한 그 병원에서 이내 새 생명이 태어난다. 사마였다.
위태로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거세지고, 남은 자들마저 강제로 알레포를 떠난다. 사마 가족은 터키를 거쳐 영국 런던에 정착했다.
“눈을 감아도 붉은색이 보인다. 난 모든 순간을 계속 촬영한다. 내가 찍은 이들은 영원히 남는다.” 중간중간 와드 감독의 내레이션은 울림을 더한다. 대학생 시절인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휴대전화 촬영만이 시위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며 카메라를 처음 든 그가 5년간 찍은 영상의 분량은 500여시간에 달한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작이다.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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