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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파괴한 시리아인들의 삶

입력 : 2020-01-21 20:44:13 수정 : 2020-01-21 20: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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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마에게’ / 알카팁 감독, 5년간 500여시간 촬영 /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 후보작 올라
엄마의 시선으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의 주인공 사마가 “여기는 알레포. 정의란 무엇인가”란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시작부터 불안하다. 마지막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병원이 폭격을 당하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엄마는 다급히 아이를 찾는다. 정작 아이는 평온한 모습이다. 폭격소리에 익숙한 듯 울지 않는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9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인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절제된 시선으로 응축해 보여 준다. 와드 알카팁 감독은 딸 사마를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 가족은 2016년 말까지 친구, 이웃들과 시리아 알레포에 남아 삶의 터전을 지키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다.

전쟁의 포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무정부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빈 건물에 병원과 학교를 만들었다. 함자 알카팁은 병원 의사 32명 중 한 명이었다. 와드 감독은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무고하게 숨진 사람들의 피가 바닥에 흥건한 그 병원에서 이내 새 생명이 태어난다. 사마였다.

위태로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거세지고, 남은 자들마저 강제로 알레포를 떠난다. 사마 가족은 터키를 거쳐 영국 런던에 정착했다.

“눈을 감아도 붉은색이 보인다. 난 모든 순간을 계속 촬영한다. 내가 찍은 이들은 영원히 남는다.” 중간중간 와드 감독의 내레이션은 울림을 더한다. 대학생 시절인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휴대전화 촬영만이 시위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며 카메라를 처음 든 그가 5년간 찍은 영상의 분량은 500여시간에 달한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작이다.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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