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즉각적인 군사보복 대신 추가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핵개발 야욕과 테러리즘 지원을 끝내야 한다”며 “이란 핵합의(JCPOA) 유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핵합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영국·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해 새로운 핵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언했던 즉각적·불균형적 군사대응 대신 경제제재 강화를 선택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란도 확전을 자제하는 기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유엔 헌장의 자위적 차원에서 비례적 대응을 했고 종결했다“며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란이 미사일 공격 수위를 조절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란이 미사일 공격 당시 미군 밀집지역을 피하고 사전에 공격정보를 미국에 우회적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양국이 최근 스위스 외교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아 왔다는 보도도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란이 미사일 공격 이후 중동지역의 친이란 무장단체에 당분간 공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살인적인’ 경제제재 방침을 공언한 데다 이란 지도부도 추가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 양측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소규모 무력시위나 친이란 무장단체를 통한 국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란과의 새로운 핵합의 추진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계속되는 건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장기전의 수렁에 빠질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이란도 미국과의 정면 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악재가 된다. 양국이 처한 현실이나 글로벌 경제를 감안할 때 이쯤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모두 패자가 되는 길을 가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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