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환송 파기하자 서지현 검사가 “고통의 시간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꾸 눈물이 났는데 여전히 끝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 정황을 폭로하며 지난 2018년 국내에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안도감에 자꾸 눈물 났는데… 여전히 끝 아니었다”
서 검사는 9일 페이스북에 “사실 판결 전날인 어제 꽤 울었다”고 글을 시작하며 “장례식장에서 추행이 있었던 것이 2010년, 유례없는 인사발령을 받은 것이 2015년, 집밖에 다신 못 나오겠다 생각하며 인터뷰를 한 것이 2018년.. 10년, 5년, 2년.. 영혼이 타는 듯한 두려움과 고통 속에 숱한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이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끝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그는 “제가 검사라고는 하지만 한 개인이 ‘검찰’이란 무지막지한 거대조직에 맞서는 것이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며 “동료라 생각했던 검사들의 새빨간 거짓말에 가슴이 무너졌고, 사악한 자들의 조직적 음해와 협박에 심장이 조여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공연히 허위진술과 명예훼손한 자들을 영전시키고, 사건을 은폐, 공소시효를 넘기고, 허위 브리핑을 한 자들을 검사장, 대변인을 시켜주며 저를 조롱해도 분노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이) 진정 개혁되고 정의로워지기를, 후배들이 여성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며 “앞으로 검사도, 변호사도 하지 못하고, 집밖에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서 검사는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검찰개혁을 외치며 한 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이라며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저는 이겨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 검사는 변호인을 통해 “직권남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려워”… 안 전 검사장 석방
안태근 전 검사장은 이날 대법원의 무죄 취지 환송에 따라 석방되며 1년 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직권 보석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서 검사가 이를 외부에 발설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2015년 8월 정기 인사 때 서 검사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검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인사권을 남용해 서 검사가 수십 건의 사무감사를 받거나 통영지청으로 발령 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1월23일 1심은 안 전 검사장에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안 전 검사장은 항소했지만, 2심도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엄벌은 불가피하다”며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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