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없는’ 동물 영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한다. 지난 8일 개봉한 ‘닥터 두리틀’과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해치지않아’가 바로 그것이다.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 두 영화의 주인공은 진짜 동물이 아니다. 시각특수효과(VFX)나 동물 탈로 탄생한 가짜 동물들이다. 모두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억지웃음이 아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영화다.

◆수의사로 돌아온 아이언맨…‘닥터 두리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돌아왔다. 모든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의사 두리틀로 말이다. ‘닥터 두리틀’이 개봉 첫날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른 건 아이언맨을 향한 한국 팬들의 사랑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동물 보호 구역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두리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면서 보호 구역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동물들의 성화에 못 이긴 그는 결국 특효약을 구하러 나선다. 앵무새 폴리네시아와 고릴라 치치, 북극곰 요시, 개 지프, 오리 댑댑, 다람쥐 케빈 등 그의 동물 친구들이 어벤져스로 의기투합한다.

영화 속 동물들은 VFX로 빚어졌다. VFX의 선구자로 불리는 존 딕스트라 감독은 “극 중 동물 캐릭터들의 행동이 실제 현실에서 그 동물이 하는 행동과 일치할 수 있게 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1977)과 ‘스파이더맨 2’(2004)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각효과상을 2차례 받은 그의 손을 거친 VFX는 감쪽같다.
엠마 톰슨(폴리네시아)과 라미 말렉(치치), 톰 홀랜드(지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흥미롭다.

◆동화 같은, 그러나 철학적인…‘해치지않아’
‘해치지않아’도 폐업 위기에 몰린 동물원이 배경이란 점에서 ‘닥터 두리틀’과 큰 틀은 비슷하다. 다만 ‘닥터 두리틀’처럼 동화 같으면서도, 냉엄한 현실을 기반으로 사뭇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다.
영화는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출발한다. 졸지에 동산파크 원장이 된 대형 로펌 JH의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동물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다. 동물원 식구들과 고릴라, 나무늘보, 북극곰, 사자 탈을 나눠 쓰고 동물들의 빈자리를 채운다. 영화 속에서 진짜 동물로 나오는 북극곰 까만코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된 가짜 동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태수도 결국 해고 위기에 내몰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동물원에서 보낸 시간은 그를 더불어 사는 길로 이끈다. “부당 해고 배후 세력”이라며 JH에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대 모습이 담긴 영화 도입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디씨지플러스와 공동 제작해 화제가 된 이 영화는 ‘극한직업’처럼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 자극적인 것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봐야 하는, 방부제 없는 청정 영화다. 같은 제목의 웹툰이 원작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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