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30)이 지난 6일 롯데와 맺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은 여러 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꽁꽁 얼어붙었던 것처럼 보였던 FA 시장에 숨통을 터줬다는 점에서 12명의 미계약 FA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여기에 안치홍이 2년 26억원에 계약하고 2년 뒤 상호합의에 계약연장을 결정해 최대 4년 56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식 ‘옵트 아웃’ 계약이 최초로 성사되면서 기존 KBO의 규약 변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안치홍이 물꼬를 트면서 답답했던 FA 시장에 활기가 생길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안치홍 계약의 최대 수혜자로 김선빈(31)을 꼽는다. KIA가 안치홍을 놓쳤기에 김선빈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져 몸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선빈에 관심을 보일 다른 구단이 없다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어쨌건 안치홍이 이적했음에도 다른 미계약 FA 선수들의 상황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원소속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장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김태균(38) 김강민(37) 등 베테랑들이 유독 많다는 점에서 대형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별개로 안치홍의 계약방식은 KBO 규약을 재정비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안치홍과 롯데가 계약연장에 합의하면 기존 FA 제도와 크게 배치되는 점은 없다. 하지만 둘 중 한쪽이 계약 연장을 포기하면, 안치홍은 FA가 아닌 ‘무적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FA는 주어진 조건을 채운 선수가 받는 혜택성 자격인 반면 무적 자유계약선수는 방출 등으로 소속팀이 없는 선수다. 이 경우 안치홍은 보상선수나 보상금 등 FA 보상규정 적용 없이 모든 팀과 협상할 수 있어 훨씬 이적이 자유롭다.
다만 FA가 누리는 ‘다년 계약’의 권리를 누릴 수는 없다. 결국 안치홍이 2년 뒤 이적하려면 계약금과 함께 1년 계약만 가능하다. 4년인 FA 재취득 기한을 채우기 위해 남은 1년은 다시 연봉협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안치홍과 구단이 이면계약으로 2년 계약을 해버리면 다년계약 금지 조항은 아무 실효성이 없다. 이에 KBO 관계자는 “옵트아웃 등 국내 리그에 등장한 계약 형태를 면밀하게 살피고, 규약 정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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