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울에 온 이집트 유물 … 관람객을 홀리다

입력 : 2020-01-08 02:00:00 수정 : 2020-01-07 21:03:53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립중앙박물관 ‘세계 문화관’ 개관 / 美서 공수한 94점으로 꾸민 이집트실 / 사람들로 북적북적… 인기 실감케 해 / 후대에 해독한 성각문자 새겨진 유물 / 당시 정신세계 표현… 신비로움 그 자체
파미다헤스의 석상에는 혼이 무덤에서 나와 신에게 바쳐진 공헌물을 나누어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다리 부분에 새겨진 성각문자는 기도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지난달 16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에 ‘세계문화관’을 개관하며 ‘흥행’을 자신했다. 이곳이 박물관에서 “가장 조용하고 인기 없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란 예상이었다.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을 리모델링해 선보인 데 따른 자신감이었지만 무엇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빌려온 유물 94점으로 꾸민 ‘이집트실’에 거는 기대가 컸다.

 

박물관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5일, 세계문화관, 특히 이집트실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이날이 일요일이고,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개관빨’도 없지 않겠으나 고대 이집트 전시회의 인기는 이미 증명된 바다. 2005년 이후 박물관이 큰 공을 들여 개최한 40번가량의 기획전·특별전 중 두 번(2009년, 2016년)의 이집트 전시는 각각 44만여명, 34만여명이 다녀가 2006년 열린 루브르박물관전(52만여명)에 이어 관람객 수로는 두 번째, 세 번째를 기록했다.

고대 이집트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주제다. 대부분의 인류가 잘해야 촌락 생활을 할 때인 서기전 3000∼2000년에 중앙정부를 만들고, 지금 봐도 경이롭기만 한 피라미드를 만든 최초의 문명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까마득한 과거의 역사가 31개의 왕조로 구분이 가능하고, 어떤 신들을 숭배했으며, 무덤에는 누가 묻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게 놀랍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전, 무덤 등에 새겨둔 ‘성각문자’(聖刻文字·‘신성하게 새겨진 문자’)가 19세기에 해독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토티르데스의 관. 성각문자의 해독을 통해 유물 주인공의 이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잘 알려져 있듯 성각문자 해독의 결정적 계기는 ‘로제타석’ 발견이었다. 1799년 6월 프랑스의 이집트 원정군이 나일강 삼각주 로제타 인근에서 방어진지를 세우다 발견한 이 비석에는 서기전 196년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내린 명령이 성각문자, ‘민용문자’(民用文字·성각문자의 흘림체), 그리스문자의 세 가지 버전으로 새겨져 있었다. 당시 그리스문자의 독해가 가능해 성각문자의 일부를 읽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성각문자의 체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는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라는 프랑스의 젊은 언어 천재가 등장하기까지 20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당시 학자들은 성각문자가 묘사한 물건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상형문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사람의 말을 글로 옮긴 표음문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가설을 본격적으로 살펴본 샹폴리옹은 성각문자가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글자가 음과 상관없이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문자)로 사용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령 ‘생명’을 의미하는 성각문자가 같은 발음의 샌들 끈 모양으로 표시되는 건 표음문자로서의, ‘◎’이 태양을 의미하는 건 표의문자로서의 성격이다. 그는 또 자신이 배웠던 콥트어(고대 이집트어에서 파생한 언어로 기독교 교회에서 16세기 무렵까지 사용)와 동일한 언어라고 판단했다. 1822년 9월 29일 샹폴리옹은 성각문자가 완전히 해독되었음을 대중강연을 통해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과학적인 연구방법에 기반한 현대 이집트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고, 이제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역사를 수천 년 후대인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

아도비스 신전에서 발견된 람세스 2세의 부조. 국립중앙박물관

성각문자의 해독 덕분에 관람객들은 박물관 이집트실에서 다양한 이름과 사실을 만날 수 있다. 서기전 1539∼1075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민호테프의 석비’에는 민호테프의 장례공물을 요청하는 글이, ‘파미다헤스’의 석상에는 “고대 도시 타레모우의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고 싶다”는 내용의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고대 이집트의 문자 관련 유산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역시 ‘사자(死者)의 서(書)’다. “죽은 자가 오시리스의 심판을 통과해 저승으로 무사히 들어가 영원한 삶을 얻는 여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문”을 적은 문서다. 사자의 서에는 심장을 다루는 주문이 특히 많다. 심장이 사람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다 알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 때 심장이 생전의 나쁜 짓까지도 발설할까 걱정했다. 죽은 자의 심장에 올리는 장수풍뎅이 모양의 부적인 ‘심장 스카라브’에는 사자의 서 30장 내용을 새겨 이런 두려움을 표시했다.

“내 어머니의 심장이여!…나에 반하는 증인이 되지 말아다오. 법정에서 나에게 반대하지 말 것이며, 저울 관리자 앞에서 나를 적대하지 말아다오.…인간을 창조하신 아홉 주신 앞에 내 이름에서 악취가 나게 하지 말아다오. 신 앞에서 나에 대한 거짓을 말하지 말아다오. 진실로, 내 말을 들어다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