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2019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저소득 노동자의 월급 인상률이 하락하고 초단시간 노동자(주 15시간 미만)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노동시간 쪼개기’에 나서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노동계 싱크탱크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6470원) 대비 1060원 올라 16.4%, 2019년은 820원 오른 10.9%로, 두 해에 걸쳐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10분위상) 하위 10%인 1분위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증가하고, 월 임금 기준으로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저임금계층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별 계층 구분을 10분위로 나눠 가장 아래에 위치한 1분위 노동자의 경우 2018∼2019년 두 해 동안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19.9%로 가장 높았지만, 월 임금인상률은 1.9%로 가장 낮았다. 1∼2분위 노동자의 지난해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8.3~8.8%였지만 월 임금인상률은 -4.1∼-2.4%로 오히려 하락했다.

보고서는 부작용의 원인을 “고용주들이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시간 쪼개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급은 올랐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 월급은 이전보다 적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분위의 주당 노동시간은 전년 대비 0.2시간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8시간으로 더 많이 감소했다. 2분위의 경우 2018년에는 전년 대비 0.3시간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오히려 3.1시간 감소했다. 2018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경험한 고용주들이 노동시간 쪼개기라는 대비책을 세운 뒤 지난해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선 1분위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8년 33.7%에서 지난해 41.9%로 8.2%포인트 증가한 것 또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시간 쪼개기가 이뤄졌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초단기간 노동자 증가 등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 권고사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시간비례 원칙에 따라 근로기준법상의 유급주휴와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상의 퇴직금을 보장하고 △기간제보호법 상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적용하고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의무를 부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계층의 임금인상과 임금불평등 축소, 저임금계층 축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낮을수록 평등)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2017년 0.3160에서 2018년 0.3098, 지난해 0.2988로 점차 감소해서다.
월 임금 기준으로도 0.3293에서 0.3250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8∼2019년 두 해의 시간당 임금인상률이 1∼4분위(16.5∼20.6%)가 5∼10분위(8.3∼13.6%)보다 높게 나타난 점 또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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