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버럭 화를 냈다. 교황은 새해 전날 밤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뒤돌아서는 순간에 한 중년 여성이 그의 손을 세게 잡아당겼다. 교황은 잡힌 손을 빼내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얼굴을 찡그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고는 손바닥으로 여성의 손등을 두 번 내리친 후 자리를 떴다.
평소 온화한 모습과는 다른 교황의 돌발행동이 뉴스와 SNS를 통해 전파되자 세계인들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댓글의 대부분은 우호적이었다. “교황도 인간이다”는 등의 내용이 많았다. 다음 날 교황은 즉각 해당 여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순간에 인내심을 잃을 때가 있다. 저도 그렇다”면서 “어제 있었던 나쁜 사례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인간으로서 인내심을 갖고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인내의 ‘참을 인(忍)’만 뜯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는 일이다. 한자 忍은 칼날 인(刃)과 마음 심(心)으로 구성됐다. 心은 심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심장에 칼날이 박히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이다. 교황이 그런 자제심을 한때 잃었다고 해서 그를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교황의 태도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그의 솔직한 성품이 아닐까. 교황은 자신의 잘못을 지체 없이 인정했다. 어떤 변명도 덧대지 않았다. 일찍이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말을 남겼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라는 뜻이다. 제자 자하는 스승의 말에 “소인지과야 필문(小人之過也 必文)”이라는 멋진 대구를 달았다. 소인은 잘못을 하면 반드시 꾸민다는 얘기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실수를 하니까 인간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군자와 소인으로 나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군자는 찾아보기 힘들고,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거나 변명하는 소인들이 많다. 잘못을 덮는 자는 그 잘못을 고칠 수 없어 영원히 소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이 하늘이 그들에게 내리는 형벌이다. 그 이치를 아는 교황은 역시 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군자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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