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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으로 자신감 드러낸 김정은, 대미 강경노선 메시지

입력 : 2020-01-02 06:00:00 수정 : 2020-01-01 2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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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육성신년사 생략 왜 / 당 전체의 결정 보여주려 한 듯 / 할아버지 김일성 선례 참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육성 신년사를 처음으로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육성 혹은 사설 형태의 신년사를 건너뛰는 것은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거의 없었던 일이다.

노동신문은 1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 대신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를 게재했다. 조선중앙TV도 예년과 달리 이날 ‘신년사 예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1월1일 오전 8시45분쯤 신년사 예고 방송이 나오고, 오전 9시 김 위원장이 녹화방송 형식으로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녹화 중계가 끝나면 노동신문은 신년사 전문을 실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집권 3년째인 2013년부터 해마다 1월1일 반복된 방식이다.

북한은 올해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대신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로 갈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선례가 어른거린다. 김 주석은 집권 시기였던 1987년 신년사를 전년도 12월30일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제8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로 대체했다. 이 외에 북한 최대의 권력투쟁으로 알려진 ‘8월 종파사건’ 이듬해인 1957년에도 신년사가 생략됐다.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신년사를 회의 결과로 대체하면서 이날 밝힌 대미 강경노선의 메시지가 김 위원장 개인이 아닌 당 전체의 결정임을 강조하려 했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회의 결과 보도에는) 미국에 대한 강경한 발언들이 연이어 나오는데, 이를 자기의 입으로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당 중앙위원회를 통해 3인칭 화법을 활용한 것으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북한을 도와줄 중국을 의식해 분위기 조절을 한 것으로 읽힌다”고 짚었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김 위원장의 1인 독재체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한다.

한편 이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회의 첫날부터 사흘째까지 굳은 표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마지막 날 회의에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앞선 회의 내내 긴장한 표정으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수첩에 받아 쓰던 참석자들 역시 편안한 표정으로 포착됐고, 김재룡 내각 총리는 치아까지 드러내며 웃었다. 이는 북한이 난관을 정면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연출로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신년 메시지 보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 국정운영 구상에서 대남 메시지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북남(남북) 관계’를 열 차례나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전날인 31일 나흘 일정으로 종료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대내외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신년 계획 관련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나 약 1만8000자에 이르는 회의 결과 보도에서 ‘북남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남북 관계는커녕 남한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미국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첨단 전쟁장비를 남조선에 반입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며 지나가듯 한 차례 언급한 게 전부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1일 신년사에서는 급속히 진전된 남북 관계를 언급하며 이와 연계해 북·미 대화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협력 및 교류의 전면적 확대를 강조했다. 남북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올해 신년 구상에서 대남 관련 메시지가 빠진 데에는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교착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교착 상황에서 남한 측 역할의 한계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며 의도적으로 언급을 배제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원회의 마지막 날 남북 관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 보도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예 남한을 무시하는 전략이라고 보는 것 외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미국과의 대화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것을 평가하고, 북·미 대화가 조기에 개최돼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우·조병욱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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