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이 개봉했다. 약 1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남북한 출신의 지질학자, 군인, 첩보원, 민정수석 등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사실 현실에서 화산 폭발을 겪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서 더더욱 두려움과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자연 재해다. 최근 뉴질랜드 화산 폭발 소식이 들려왔듯 간간이 해외 뉴스를 통해 접하는 정도라 하겠다.
이번 칼럼에선 화산 폭발을 다룬 예전 영화들을 좀 살펴볼까 한다. 현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도 화산 폭발 이슈를 자주 만나게 되는 건 아니다. 아마도 인간을 한없이 무력하게 하는 자연 재해 진행 과정 중에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고, CG 등 수준 높은 특수 효과를 활용해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폼페이: 최후의 날’(감독 폴 앤더슨, 2014)의 경우, 사랑에 빠진 검투사의 복수 이야기와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중요한 순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다. 고대 로마 유적지로 유명한 폼페이 최후의 날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화산 폭발은 휴먼 드라마의 극적인 배경으로 설정된 셈이다.
1997년에는 두 편의 화산 폭발 영화가 개봉됐다. ‘단테스 피크’(감독 로저 도널드슨, 1997)와 ‘볼케이노’(감독 믹 잭슨, 1997)는 화산 폭발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뤘고,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모습을 비슷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단테스 피크’는 리조트 개발 등을 추진 중인 작은 마을 단테의 주민들은 단테 봉우리가 다시 화산 활동을 시작할 것 같다는 전문가 해리의 경고를 믿고 싶지 않다. 결국 화산은 폭발하고, 산 속에 고립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시장 레이첼과 해리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문가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용암을 뿜어내고 있는 산을 오르며 무모한 구출 노력을 펼친다.
‘볼케이노’는 대도시 로스엔젤레스(LA)에서 화산이 폭발한다. 전문가 에이미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만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화산 활동이 시작된다. 용암이 도로를 따라 흘러넘치면서 화재가 발생하고, LA는 아수라장이 된다. LA비상대책센터 책임자 마이크와 에이미는 LA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중간 중간 고립된 사람들, 가족도 구하면서.
두 영화는 모두 전문가가 화산 폭발을 예측하지만, 폭발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화산이 폭발해 버린 상황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스토리가 전개되고, 주인공들은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와 공권력 자, 군인 등이다. 또한 주인공의 가족을 구하는 공통점도 있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도 펼쳐진다.
화산 폭발 이외 자연 재해를 다룬 다른 영화들에서도 비슷한 설정은 쉽게 발견된다. ‘투모로우’(감독 롤랜드 메머리히, 2004)에서도 갑자기 닥친 빙하기 상황을 인간이 막아낼 수는 없다. 미리 예측했던 전문가 잭도 시민들이 멕시코 남쪽으로 대피해야한다는 대책밖엔 내놓지 못한다. 그런데 하필 잭의 아들이 위험 지역인 뉴욕에 고립되게 되고, 잭은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샌 안드레아스’(감독 브래드 페이트, 2015)에서는 샌 아드레아스 단층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까지 발생한다. 베테랑 구조대원인 주인공은 딸을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딸을 함께 구하는 과정에서 이혼 상태였던 부부의 관계에 변화도 생긴다.
전문가나 공권력자 대신 일반 시민들이 주인공인 재해 영화들도 있다. ‘투모로우’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연출한 2012년 영화 ‘2012’에서는 이미 예견된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고, 전문가나 권력자는 주변으로 밀려난다.
‘해운대’(감독 윤제균, 2009)에서도 전문가가 등장하긴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딥 임팩트’(감독 미미 레더, 1998)에서도 혜성이 지구를 향해 오는 동안 생존을 위해 혹은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연 재해 자체를 막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그린 영화들도 있었다. ‘딥 임팩트’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됐던 ‘아마겟돈’(감독 마이클 베이, 1998)을 비롯해 ‘코어’(감독 존 아미엘, 2003), ‘일본 침몰’(감독 히구치 신지, 2006) 등에서는 전문가들이 핵 폭탄급 폭약 설치와 폭발을 시도한다. ‘아마겟돈’에서는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행성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코어’에서는 멈춰버린 지구의 핵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일본침몰’에서는 지진의 원인인 지층을 끊어내기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인다. 안타까운 희생도 감수하면서.
이번에 개봉된 ‘백두산’은 일단 주인공으로 전문가와 권력자, 군인, 첩보원 등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들은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노력을 펼칠까. 화산 폭발을 막아낼까. 아니면 화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어떤 상황을 해결할까. 혹시 러브스토리도 등장할까. 어떤 장애물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 희생 될까.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봐도 좋다.
일단 ‘백두산’은 남북한 사람들의 등장이라는 설정으로 예전 영화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은 확보했다. 그렇다면 그 전개 과정은 과연 예전 영화들과 얼마나 다를지 혹은 비슷할지, 영화적 상상력과 기술력의 결과를 비교하는 재미도 누려보시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외부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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