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 관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 방침에 순응하는 마카오에 대해서는 ‘당근’을, 그렇지 않은 홍콩에 대해서는 ‘채찍’을 들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잘 따른다면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위법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강도 높은 압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0일 마카오 반환 2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마카오가 일국양제를 성공적으로 실천했다”고 치켜세운 뒤 “일국양제에 대한 믿음과 실천만 있다면 일국양제의 생명력과 우수성은 충분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일국’은 ‘양제’의 전제이자 기초”라며 “특별행정구 행정·입법·사법 기관은 중앙의 특구에 대한 전면 통치권과 특구의 고도 자치권을 조화롭게 결합하고, ‘일국’의 원칙을 지키며 중앙 권력과 기본법의 권위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마카오 일국양제의 성공 요인으로 애국주의를 거론하고, “일국양제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가려면 애국의 기치 아래 단결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금융관리당국은 이날 마카오 역외 투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마카오 보험 펀드 역외 투자 구역에 관한 통지’에서 중앙정부와 마카오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지에는 마카오 은행들이 중국에 금융기관을 설립하고, 중국 보험 펀드의 마카오 내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있다. 중국 금융관리 당국의 이런 발표가 시 주석 마카오 반환 20주년 방문 직후 나왔다.

반면, 홍콩에 대해서는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과거 추진하다 중단됐던 국가보안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마카오 일국양제의 성공 요인 가운데 기본법 제23조와 국가(國歌)법 등 입법을 잘 완성하고, 국가안보수호위원회를 만든 것도 높이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일국양제의 체계를 부단히 완비해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는 이미 폭력 시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중국 지도부에 시위대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중국 지도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시 주석은 람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홍콩 경찰을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사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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