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표창장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의 4번째 공판준비기일이 19일 열린 가운데, 검찰과 재판부가 정면 충돌했다. 이 자리에서 재판장 송인권 부장 판사는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있었던 ’공소장 변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하는 검사에 대해 “듣지 않겠다”고 대응하는가 하면 검사 측이 송 부장 판사에게 “우리 측 이야기는 한 마디도 듣지 않으셨다”고 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부장판사 송인권)가 19일 오전 진행한 정 교수 4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고형곤 부장검사, 이광석·강백신 부부장검사 등 9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정 교측 변호인은 김칠준·조지훈(법무법인 다산) 등 7명이 출석했다.
오마이 뉴스와 한겨레 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재판부와 검찰, 검찰과 정 교수 변호인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 재판이 진행 됐다. 이따금 감정적인 발언이 오갔고, 특히 검찰이 재판부를 향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재판부의 지난 기일 진행방식과 고공판 조사에 대한 일부 내용 누락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 했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는데, 9월6일 기소한 동양대 표창장 건(사문서 위조 혐의)와 지난달 11일 기소한 사모펀드, 입시비리, 증거조작(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등으로 넘겼다.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건에 대해서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지난 10일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건 기소를 유지하며 17일 같은 사안(사문서 위조 혐의)에 추가 기소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재판에 앞서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재판부에 중립성, 조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PPT를 통해 이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재판 시작 전 일찍 법정에 나와 검찰은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점검하며 미리 ‘제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 관련 의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란 제목의 PPT 문서를 열어두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이 열린 후 송 부장 판사는 검찰이 미리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며 검찰의 PPT 설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광석 부부장 검사는 “지난 공판기일 진행과 관련해서 저희들의 의견을 사전에 좀 밝히려 한다”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먼저 말씀드리고 진행과정을 논의하려고 한다”며 검찰 측 이의제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공판 조서에 모든 내용을 다 기재 할 수 없어 일부 누락된 부분을 수정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고형곤 부장검사는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저희가 제출한 서면으로 제출했으며 구두변론주의 원칙에 맞춰 법정에서 구두로 먼저 말씀 드린 후 재판장 의견을 말하는게 맞다”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의견서를 모두 읽었다”면서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의 예단 혹은 중립성에 대한 지적 부분지적 자체가 중요한 것.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부 중립을 다시금 되돌아 볼 것”이라며 재판을 이어나가려 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 진행 관련 진술에 대해서 반발했고, 고 부장검사는 일어나 “재판장님, 죄송하지만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의견서를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저희로서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본 다른 검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 내용이 공판조서에 기재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검사들 이름을 각각 물어본 송 부장판사는 “○○○ 검사님 앉으시라”고 요구했다. 또한 "의견서를 다 읽어봤고 저희가 유감을 표명했다"라고 대응했다. 이 부부장검사가 “저희에게 진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하자 송 부장판사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며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강백신 부부장검사는 “허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했고, 송 부장판사는 “일단 좀 앉아달라. 재판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재판이 마무리 될 즈음에 정 교수 변호인단인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공판중심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이는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며 “30년 동안 재판을 해봤지만 이 같은 재판진행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모두가 한 분도 예외 없이 재판장의 발언을 제지하거나 일방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법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재판장의 발언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고 부장검사는 “마지막으로 저희 검찰에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많은 이의를 제기했는데, 재판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판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진행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 부장검사는 “(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차후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관계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공전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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