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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입법… 눈앞 표만 계산, 미래 포기 [혁신성장 발목 잡는 규제]

입력 : 2019-12-18 18:50:46 수정 : 2019-12-18 18: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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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표심에 휘둘린 정치권... 해법은 / 서비스발전기본법 8년째 표류 상태 / ‘데이터 3법’ 연내 처리 여부 불투명 / 산업 발전·혁신기업 고려 없어 지적 / 기업인들 상당수 “20대 국회 낙제점” / 전문가 “국민 피해 보는 악순환 끊을 / 정부·국회 강단 있는 리더십 갖춰야”

‘정경유착.’ 정치사에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정치·경제계가 상호 이익을 위해 결탁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근래 정치에선 이보다 더욱 강력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이 국가 산업과 혁신을 바라보는 대신 유권자 표심에 기반해 입법 활동을 하는 이른바 ‘정심유착’이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정심유착’은 계속돼왔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상임위 문턱을 넘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정치권이 조직적인 ‘표밭’인 택시업계를 의식해 이용자 편익과 혁신 기업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적 유권자 우선… ‘표심’ 눈치 보는 국회

“타다를 운영하려면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허락을 받게 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10월23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하며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여러분의 의지를 담아서 (타다 금지법을) 내일 발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약속대로 바로 다음 날 여객운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에 대해 내세우는 명분이 ‘택시업계와의 상생’ 정도에 그쳐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가 모두 타다 규제에 앞장선 데 대해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와 충돌하기 겁이 나니 봉합만 하고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특정 이익집단의 ‘표심’에 좌우된 입법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계속되자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업과 혁신성장 육성 정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1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시절 손수 만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은 8년째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의료업계를 의식해 지원 대상에 ‘의료업’을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서다. 비슷한 맥락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에 묶여 있다.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역시 최근 모두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참여연대 등 일부 진보 시민단체가 법 통과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선 탓에 본회의에 가서도 총선 표심을 의식한 반대표들이 돌연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 자유한국당이 비상의원총회에 사용할 '필리버스터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 “표심 의식 입법활동이 가장 문제”

국회에서 총선 표심을 의식한 행보만 보이는 것에 대해 기업가들은 낙제점을 줬다. 세계일보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과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20대 국회에 ‘낙제점’을 주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표심을 의식한 입법활동(80.0%)’에 중지를 모았다. 이어 ‘정치이슈로 인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72.0%), ‘입법기관 역할보다 소속 정당의 입장에 따른 법안 심의’(68.3%) 등을 꼽았다.

기업들은 경제분야 입법을 4점(A학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1.66점(C학점과 D학점 사이)을 줘 20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 반대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차기 국회에서 재발의되는 ‘입법 미루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지지하며 국회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 눈앞 표심만 집착, 악순환 끊어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유권자 ‘눈치보기’가 결국 전체 국민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 편익과 국가 산업 혁신에 기여하기를 당부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국회가 경제입법 활동을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해줘야 한다”며 “정부에서 먼저 판을 깔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청와대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면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국회가 당장 눈앞의 의석 몇 석에 매몰돼 국가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이 실종됐다. 타다 금지법만 해도 최소한 다각적 측면에서 공청회를 하는 등의 절차가 없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을 선순환 고리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 여의도는 결국 정치 불신만 키울 것”이라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안병수·곽은산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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