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12일 영국 총선 당시 선거 결과 못지않게 관심을 끈 존재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후보자 등 정치인은 물론 일반 유권자도 반려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제히 올리며 ‘#투표소 강아지(#DogsAtPollingStations)’란 해시태그가 온라인 공간을 도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반려견 ‘딜린’를 데리고 지역구 투표소에 간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언론들은 “반려동물 투표 인증샷이 하나의 정치문화로 굳어졌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도 반려동물 주인들의 표심을 겨냥한 공략이 뜨겁다. 요즘 들어 부쩍 눈길을 끄는 건 반려동물의 건강 증진과 의료비 경감을 위한 노력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유사한 일종의 ‘동물 의료보험’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 상태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병원의 진료⋅수술 등 동물진료 행위 및 진료비의 표준화, 그리고 동물보험의 개선 등 동물 의료제도를 손보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의료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 동물 진료에 드는 표준 비용을 연구⋅조사하도록 했다. 또 동물 의료에 관한 민간 보험제도 등 논의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담겼다.
실제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월평균 12만8000원을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비용은 역시 반려동물 의료비다. 2017년의 경우 우리 국민이 동물병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914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2017년 기준으로 등록 동물 수 대비 0.22% 수준에 불과해 지갑이 가벼운 반려동물 주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병욱 의원 등 법안 발의자들은 “반려동물 의료 수요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동물 의료제도 개선을 공론화할 때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민간 보험 등에 맡겨서만 될 일이 아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김 의원 등은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나란히 발의했다. 이 법률은 동물의 적정한 보호·관리를 위해 국가가 5년마다 동물 학대 방지와 동물 복지에 관한 기본 방침 등 사항이 포함된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동물 의료제도 관련 사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동물 의료제도에 관한 내용을 집어넣음으로써 국가가 동물 의료제도의 개선·발전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 등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증가로 반려동물의 진료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동물병원의 진료⋅수술 등 동물 진료 행위 및 진료비 등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며 “동물 보험제도 활성화 등 동물 의료제도의 개선·발전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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