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몇 년간의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보수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 시장은 이를 바로잡으려면 ‘부동산 국민공유제’ 도입을 비롯해 공시가격 현실화, 부동산 대물림 방지, 토지공개념 본격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 시장은 17일 서울연구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겨우 130만원의 종부세를 낸 사례를 들며 “매일 무섭게 올라가는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큰 자괴감이 들었다.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버는 사회가 오늘 우리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 간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산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지금의 결과는 물론 지난 보수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에 원인이 있다. ‘빚내서 집사라’며 부동산 시장을 무리하게 키워갔던, 부동산 부채 주도의 토건 성장 체제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같은 현실을 바꾸려면 “헌법에 천명된 ‘토지공개념’을 본격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보유세, 특히 종부세가 현재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의 경제와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의 퇴행적 부동산 공화국은 명확히 해체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구체적 방안으로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공유제를 강구해야 한다”며 “국민공유제는 부동산 세입으로 가칭 '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어 그 기금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에게 생산·사업 시설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구상이다.
또 “부동산 자산 격차의 대물림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며 “상속·증여로 발생한 재산 규모가 연평균 59조원 정도인데 상속재산의 66%, 증여재산의 49%가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 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임대료 인상 제한 권한 부여, 국토 균형 발전 등의 방안도 건의했다. 베를린시에서 최근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조치가 이뤄진 것을 예로 들며 베를린, 뉴욕, 파리처럼 자치단체장에게 임대료 인상율 제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 균형발전 방안으로는 수도권 개발에 따른 이익이나 종부세 등을 재원으로 ‘국토균형발전 상생기금’을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