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류현진(32)의 이적 가능성에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김광현(31) 역시 그사이 조용히 빅리그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김광현은 내년 1월6일까지가 협상 마감시한이라 마음이 더 급할 수 있다. 특히 구단들이 크리스마스부터 연초까지 장기 휴가에 들어간다는 점도 조바심을 내게 한다.
그렇지만 김광현이 성탄절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등 김광현 영입에 관심을 가진 구단들 외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김광현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크리스마스 이전에 입단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강자인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NL에선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이력을 지닌 명문 구단이다. 특히 에이스 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컬러스, 다코타 허드슨 등 꽤 견고한 1∼3선발을 갖췄다. 하지만 마이클 와카가 자유계약선수(FA)로 뉴욕 메츠로 떠났고, 애덤 웨인라이트의 불펜 전환 가능성도 제기돼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은 세인트루이스도 FA 시장에서 선발투수를 노리고 있다고 전해왔다. 류현진도 영입 후보라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치솟은 투수들의 몸값에 일단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가성비’를 고려했을 때 김광현에 눈길을 돌릴 만하다. 이미 꾸준히 김광현을 관찰해 왔던 세인트루이스 구단 관계자는 17일 “김광현 영입은 극비리에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광현 측도 이에 화답해 협상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는 2016년 오승환(삼성)을 영입해 한국 선수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오승환은 당시 1+1년 최대 1100만달러(약 128억원)에 계약했다. 보장금액은 절반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인센티브였다. 오승환이 불펜 투수였다는 점에서 선발 자원인 김광현과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당시 계약이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과거 포스팅 시스템은 최고액을 써낸 구단이 독점 협상권을 가졌지만 지금은 선수가 모든 구단과 협상을 벌여 구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도 김광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외에도 샌디에이고나 컵스 등 기존 관심을 보인 구단들과도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자세다.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김광현에게 유리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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