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미국 대통령이던 아버지를 잃고 실의와 번뇌의 나날을 보낸 소녀. 이후 변호사와 외교관 등으로 크게 성공한 그녀가 아버지 이름을 딴 항공모함 진수식의 주인공이 돼 돌아온다.

5일 미 해군에 따르면 오는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항구도시 뉴포트뉴스에서 열리는 최신 항공모함 ‘USS 존 F. 케네디’의 명명식 및 진수식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 캐롤라인 케네디(62)가 주빈으로 참석한다. 변호사인 캐롤라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13∼2017년 주일 대사를 지냈다.
미 해군은 새 군함에 이름을 붙이고 진수하는 의식에 여성을 초청, 행사의 클라이맥스를 맡기는 관행이 있다. 여성이 “나는 그대를 ○○○라고 명명하노라(I christen thee ○○○)”라고 외치며 들고 있던 샴페인 병을 뱃머리에 부딪쳐 깨뜨린 다음 배를 고정시키고 있는 밧줄을 자르면 배가 서서히 바다로 나아가는 식이다.
이번 항공모함 ‘존 F. 케네디’의 명명식 및 진수식에선 그 중요한 역할을 캐롤라인이 수행하는 셈이다.
캐롤라인은 아버지 케네디 전 대통령과 어머니 재클린 사이에서 1957년 태어났다. 3년 뒤인 1960년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지만 1963년 11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면서 미국인들의 기억에 ‘비운의 영애’로 남았다.
3살 어린 남동생(존 F. 케네디 2세)마저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숨지면서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직계 혈육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미 동부의 명문 래드클리프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1980년대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1986년 지금의 남편(에드윈 슐로스버그)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아버지 케네디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활동한 만큼 캐롤라인도 민주당과 깊은 유대관계를 이어왔다. 역시 민주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그를 미국 외교관 중에서도 가장 비중있는 직책 중 하나인 주일 대사로 지명했다.
당시 일본은 ‘케네디 전 대통령 딸이 대사로 온다’는 소식에 나라 전체가 들썩였고, 그가 도쿄에 도착해 일왕한테 신임장을 제정하기까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1월 주일 대사에서 물러났다.
미 해군 역사상 케네디 전 대통령 이름을 딴 항공모함은 이번이 두번째다. 먼저 것은 석유에 의존하는 재래식 항공모함으로 2000년대 중반 퇴역했고, 이번에 새로 만든 것은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이란 점이 다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해군 장교로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운 바 있다.
최신 항공모함답게 건조 과정에서 23가지 이상의 첨단 기술이 도입됐다고 한다. 토마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직무대행은 “새 항공모함이 갖춘 첨단 기술과 전투 능력은 잠재적 적국들에 맞서 싸우는 미국의 역량을 한층 확장함으로써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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