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는 남편과 가깝게 지내는 지인 부부와 식사를 하고 난 후 노래방에 갔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며 흥이 넘치는 한국 사람에게 노래방은 하나의 즐거운 ‘놀이문화’라고 들어왔기에 드디어 노래방에 가게 돼 기분이 좋았다.
노래방에 들어가 보니 방안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이고 긴 소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원하는 노래를 선택하니 기기 화면에 가사가 나타났다. 지인 부부는 화면을 보면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됐다. 문제는 당시 내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아는 한국 노래가 없었다. 더욱이 노래 목록에는 팝송은 있지만 네팔 노래가 없었다. 어쩌겠는가. 몇 차례 사양했지만 분위기상 노래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무반주’로 네팔 노래를 했다.
반주가 있으면 대충 따라 불러도 낭패까지는 안 가는데 반주도 없이 조용한 상태에서 노래를 하다 보니 그 떨림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럭저럭 부르고 다소 어색해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모두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낯선 땅 한국에서 노래방 신고식을 치렀다. 우습게도 노래는 잘 못하지만 지금은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는다.
네팔에서는 노래를 하고 싶을 때 대부분 화장실이나 요리를 하면서 흥얼거리는 것이 전부다. 물론 큰 식당이나 카페에선 가수들이 손님이 좋아하는 노래를 하며 라이브 공연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노래방에 가는 사람은 놀기 위해 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많은 한국 사람이 직장 회식 후 단합을 위해 2차로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애용하고 노래를 배우기 위해 찾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간간이 들른 노래방에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 술 먹고 같은 공간에서 춤추고 놀다가 서로 몸이 부딪치면 다툴 것 같은데, 내가 본 한국 사람은 춤추고 노래하다 부딪쳐도 웃으며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노래방에서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서로 어울리다 보면 서먹서먹했던 관계가 어느덧 사라지고 가까워진다. 내 주위의 외국인 중엔 한국어 실력을 노래방에서 쌓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귀로 듣고 입으로 흥얼거리던 노랫말이 화면에 뜨고, 박자에 맞춰 글자색까지 변하다 보니 한글 교재로 매우 좋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족이나 친구와의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한국 특유의 회식문화와 잘 어울리는 노래방이 여가 문화가 변함에 따라 그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나는 음악은 마음의 보약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아픔은 사그라들고 스트레스는 날려준다. 무엇보다 노래와 춤은 언어를 넘어 모두를 통합하는 힘이 있지 않은가. 나는 한국의 노래방 문화가 좋다.
먼주 구릉 네팔 한국문화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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