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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양고기에 특급소스… 부드럽고 육즙 팡팡 [김셰프의 낭만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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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23 16:00:00 수정 : 2019-11-23 13: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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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는 요즘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육류 중 하나로 성장 정도에 따라 머턴(Mutton)과 램(Lamb)으로 나뉜다. 가장 많이 즐기는 양꼬치 이외에도 즉석에서 구워 주는 양갈비(프랜치랙, 숄더랙)나 양고기 스튜 같은 요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처음 접했던 양꼬치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데, 특히 양갈비를 맛있게 먹으려면 굽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양 어깨갈비는 기름을 두른 팬에 겉면이 갈색으로 바뀔 정도로 바싹 굽는 리솔레를 한 뒤 오븐에서 다시 구워 주고 로즈마리 소스와 카포나타를 곁들여 봤다. 미디엄으로 익힌 양 어깨갈비는 부드럽고 쥬이시한 맛이 일품이라 식객들의 미각을 사로잡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최고의 술안주

20대 중반으로 다가서던 시절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삼겹살 집 아니면 포장마차가 전부였다. 초보 요리사이던 2004년 여름 새로운 안주를 찾아보자는 친구들의 의견에 새로운 미식세계를 개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심하다 고른 것은 평소에 관심이 많던 양고기로 친구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양꼬치 집을 찾았다. 처음 접하는 양고기 중 아주 무난하고 경제적인 메뉴였기 때문이다.

꼬치에 꽂은 작은 사각형의 양고기를 숯불에 구워 가며 소주 한잔 걸친 그때 감성은 정말 좋았다. 숯불에 양꼬치가 익을 때 자글자글거리는 소리, 꼬치에서 고기를 한입씩 빼먹는 재미, 시원한 맥주나 소주 등 어떤 주류에도 너무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특유의 양고기 육향과 곁들여 나오는 큐민에 익숙해지기에는 내 미식이 서툴렀다. 오히려 추가로 시킨 궈바오러우에 손이 더 가서 양꼬치보다는 단품 요리들을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2007년 호텔에서 일을 시작할 때 다시 양고기를 맛보게 됐다. 양꼬치에 쓰이는 기타 부위가 아닌 프렌치 랙이라고 부르는 양갈비 부위였다. 부드럽고 쥬이시한 식감에 로즈마리와 타임향, 숯불 그릴에 구운 향긋한 향이 더해지자 양고기를 바라보는 인식이 180도 바뀌게 됐다. 거부감이 조금씩 줄어들며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 것이다. 양고기의 향 그 자체를 알게 되니 다시 맛본 양꼬치는 처음 그때의 그 어려운 맛이 아니라 고소하고 담백한 최고의 술안주가 돼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양고기의 육향이 옅은 양꼬치 집들이 많아져 오히려 작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대중화되는 모습은 좋지만 예전 양꼬치란 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를 아는 나로서는 가끔 그 시절의 양꼬치 향이 그립다.

#어린 램은 육향이 적어 셰프들이 선호

양고기는 특유의 향 때문에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녁 술 한잔의 안주로, 코스의 메인요리로 이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을 정도로 요즘 많은 이들이 찾는다. 양고기 색은 소고기보다 엷고 돼지고기보다는 진한 선홍색이다. 머턴은 1년 이상 3년 정도 성숙한 양고기이고 램은 6개월 된 어린 양이다. 머턴은 특유의 육향이 강하고 색은 더 강렬한 붉은색을 띤다. 그 육향은 양이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지며 우리가 느끼는 양고기의 ‘노린내’가 바로 대부분 이 머턴에서 나는 향이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구워 먹는 조리법보다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오랫동안 끓이는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주로 유럽과 중동 지방에서 많이 쓰는 양고기이다.

용도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나라를 막론하고 셰프들은 어린 양고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스프링 램’(spring lamb)이라고 불리는 램은 육질이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머턴보다 육향이 옅어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양갈비처럼 그릴이나 팬에 직접 구워 먹는 조리법을 많이 사용한다. 약간의 향신료를 더하면 높은 풍미의 품격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요즘 양 목축업자들은 훌륭한 양고기를 제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기의 육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사육 환경과 사료의 차이가 가장 크다. 어미의 젖만 먹고 자란 어린 양고기는 송아지 고기처럼 육질이 연하고 질감이 부드럽다. 목초를 먹고 들에서 뛰어놀며 자란 양들은 먹는 목초에 따라 육질이 달라지는데 초원인지, 해변가 언덕 근처 목초인지에 따라 육질이 차이 난다. 초원의 양들은 내장 주변에 지방이 많으며 근섬유가 부드럽고 고루 분포돼 있다. 해변가 언덕의 소금기를 머금은 풀과 해초를 먹고 자란 양들은 특유의 풍미를 지니게 된다.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산과 호주산 양고기를 주로 수입하며 아직 국산 양고기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기르는 양들은 관광 목적이 크다. 아직 양고기 수요가 기르고 먹이는 시간과 정성에 비해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의 미식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 좋은 품종의 한돈, 한우가 나오듯 언젠간 양질의 한국 양고기도 출시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맛있는 어깨갈비 구이 식재료와 만들기

 

■재료

 

붙어 있는 어깨갈비 2대 약 250g~300g , 로즈마리 1g, 타임 1g, 고운 소금 2꼬집, 중탕 버터 1큰술, 씨겨자 머스타드 1큰술 , 식용유

 

■만들기

 

① 어깨갈비에 소금 간을 한 후 소금이 갈비살에 녹아 스며들면(약20분) 중탕 버터를 조리용 붓으로 골고루 발라준 후 로즈마리와 타임을 버무려 준다. ② 기름으로 넉넉히 코팅된 팬을 중불에 올린 뒤 앞뒤로 약 1분30초씩 짙은 갈색으로 리솔레를 해준다. ③ 250도 예열된 오븐에 약 6분가량 넣은 뒤 꺼내 2분 정도 식힌다. 앞과 뒤를 뒤집어주고 다시 250도 오븐에 4분가량 넣어준 뒤 5분가량 식혀 뼈를 잘라 접시에 담는다. 이렇게 하면 미디엄에서 미디엄웰 정도의 굽기가 되는데 온도계로 내부온도를 쟀을 때 섭씨 63~67도 사이가 나오면 좋다. ④ 씨겨자 머스타드를 곁들여 준다.

 

■Tip.

 

*고기를 굽기 전에 고기는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서 준비한다.

 

*두께가 다를수록 고기의 내부온도가 다를 수도 있으니 온도계를 잘 활용해 보자.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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