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한 방송 프로그램에 배우 전도연이 출연했었다. 전도연의 출연작 ‘밀양’을 보던 도중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배우 염혜란(사진), 너무 슬쩍 스쳐 지나서 혹시나 싶어 ‘녹색창’에 물어보았다. 정말 맞았다.
‘배우 염혜란 영화 <밀양>(2007, 단역, 시댁가족)’
염혜란, 그녀는 누구인가.
일찍이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노희경 작, 2016)에서 나문희와 신구의 입양된 딸로 나와 두 대배우님들 사이에서 ’1’도 밀리지 않는 ‘연기 내공’으로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배우 아닌가.
그뿐인가. ‘아이 캔 스피크’와 ‘대장 김창수’, ‘국가 부도의 날’, ‘증인’, ’미성년’, ‘걸캅스’, ‘82년생 김지영’ 등 다양한 영화와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라이브’(노희경 작, 2017) 등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배우다.
그리고 최근 그녀가 또 다른 변신을 보여주며 제대로 된 ‘걸크러쉬’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찌질하다 못해 꼴도 보기 싫은 전 남편 노규태(오정세 분)를 위기에서 구하는 변호사 홍자영 역을 맡아 ‘1일 1핵사이다’ 대사로 각광받고 있다.
규태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에서 돌연 나타나 그의 변호사임을 자청하고, 체포 위기에서 구한다. 규태는 전처인 자영에게 찌질한 사랑 고백을 한다. 이에 자영은 ”평생 절해라”는 대사로 한방에 핵사이다를 날린다.
뿐만 아니라 부탁을 하러 온 전 시어머니인 홍은실(규태의 어머니·전국향 분)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서로 주고 받은 상처와 고부간 갈등을 ‘멍청한 사이클’이라고 표현하면서 촌철살인 같은 명대사를 남기며 시청자들을 ‘염혜란홀릭’에 빠지게 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 개인 블로그에서 요즘 쓴 글보다 2017년에 쓴 배우 염혜란에 대한 글이 가장 조회 수가 높다.
요즘은 ‘잘하는’ 사람보다 ‘버티는’ 사람이 대세인 시대라고 한다. ‘존버 정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버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우 염혜란의 ‘녹색창 프로필’에서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는지 찬찬히 보면서 정말 놀랐다. 누군가는 그 힘을 ‘열정’이라고 하겠지만 열정만으로 그토록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녀가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의 재방송을 보면서 이것만은 분명한 듯했다.
그녀의 오랜 버팀으로 이토록 좋은 연기자를 오래오래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녀에게 평생 절이라도 하고 싶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캡처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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