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반적으로 어려워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쉽거나 비슷한 난도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1교시 국어영역의 경우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이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것과 비교할 때 대체로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2교시 수학영역과 3교시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도를 보였다는 분석이 많다.

◆1교시 국어…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는 이날 국어영역 문제를 분석한 뒤 “작년 수능보다는 쉬웠다”며 “올해 9월 모의평가 때보다도 쉬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표준점수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국어영역에선 홀수형 기준으로 베이즈주의 인식론을 주제로 한 인문학지문에 딸린 19번, 고전가사 ‘월선헌십육경가’를 지문으로 한 22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다룬 지문에 딸린 37∼42번 등이 고난도로 꼽혔다.
김 교사는 37∼42번 문항과 관련해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문 길이를 길게 하면서까지 (BIS 자기자본비율과) 관련된 개념을 모두 설명해줬다”며 “경제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도 “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하기 위한 2∼3개 문항을 제외하면,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입시업체들 역시 올해 수능 국어영역 난도가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변별력을 잃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예년 수능보다 EBS 교재 반영율이 높고 지문과 객관식 선택지가 짧아 체감 난도가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작년과 비교해 쉬웠다”며 “독서파트가 다소 어려워 변별력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교시 수학… “일부 응시생 어려웠을 것”
수학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대교협 상담교사단의 최영진 경기 금촌고 교사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에 대해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난도가 비슷했다”며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연습한 응시생이라면 무난히 문제를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보는 수학 나형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난도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나형) 응시생들이 기본개념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빠르게 풀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수학영역은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 간 난도 차이가 이전보다 줄면서 최상위권 응시생과 상위권 이하 응시생의 체감난도가 다소 달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입시업체들도 수학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난도가 비슷했지만, 일부 응시생들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입시업체 진학사는 “수학 가형은 중위권 학생들이 풀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문제가 다수 출제된 점이 변수”라고 했다. 대성학원은 “초고난도 문항의 난도는 내려갔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문항들의 난도는 올라가 응시생들은 작년 수능보다 약간 (더) 어렵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3교시 영어… “지난해보다 다소 쉬웠다”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교협 상담교사단은 영어영역에 대해 “작년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쉬웠다”며 “올해는 신유형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EBS 연계 교재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지문에 접근하기 쉬웠을 것”이라며 “일부 문장이 어려워서 중위권 응시생들에겐 체감난도가 높았을 수 있지만, 선택지가 작년 수능 대비 어렵지 않아서 평상시 등급은 유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출제본부도 영어영역 문항 유형을 지난해와 같이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영어영역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뀐 바 있다.

한편, 올해 수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입시 수시모집 확대로 응시생이 사상 처음 5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3교시 영어영역 응시생은 48만2348명으로,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밑돌며 최소치를 기록했다. 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오는 18일까지 문제·정답 이의신청을 받아 25일 정답을 확정·발표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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