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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대입 변천사… 본고사·학력고사·수능·학종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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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4 08:47:08 수정 : 2019-11-14 11: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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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동 강원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수험생들은 14일 야속하게도 잊지 않고 찾아온 ‘입시 한파’ 속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있다. 입시는 ‘추운 기억’이다. 수능 이전 세대의 학력고사 때도 입시 한파는 단골 뉴스였다.

 

입시는 축구 못지않게 온 국민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야다. 모두가 자기만의 경험을 토대로 각자 주관이 뚜렷하다. 최근 ‘정시확대파 VS 학생부종합전형 개선파’처럼 대립 구도도 선명하다.

 

‘기승전 입시’인 한국 사회의 대입 변천사를 짚어봤다. 지난해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가 만든 자료집을 토대로 분석했다. 

 

대입은 해방 이후 굵직한 것만 18차례 변했다. 이달 말 교육부가 정시확대·학종개선을 골자로 한 대입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니 그것이 19번째가 될 듯하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20년 동안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이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고, 정부는 대입자격고사 등 일부 대입전형요소를 시행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1945년부터 한국 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는 대학별 단독 시험제였다. 정부가 시험기일과 시험과목 일부를 결정하고, 출제·선발은 대학 자율이었다.

 

1954년에는 대학입학 국가연합고사 및 대학별 고사를 실시했다. 연합고사를 거쳐 대입정원의 1.3배수까지 대학별 고사 응시자격을 부여했다. 그렇지만 시행 첫해에 커닝 등 공정성 논란으로 폐지했다. 1955년부터 1961년은 다시 대학별 단독 시험제로 돌아간다.

 

1962년에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가 도입된다. ‘국가고사 성적+대학별고사+면접’ 등 총점으로 합격을 결정했다. 그렇지만 국가고사 탈락으로 인한 대량 미달사태 발생과 대학 자율성 저해 비판이 일면서 도입 1년 만에 ‘국가고사(자격고사 성격)→대학별고사’로 변한다. 이 마저도 학생에게 이중 부담을 주고, 고등학교는 자격고사 준비기관으로 전락하고, 대학자율성이 무시됐다는 등의 비판으로 폐지된다.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다시 대학별 단독시험제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대전 서구 만년고등학교 시험실에 입실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1969년부터 1980년까지 대학은 대학별고사를 실시하고, 정부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 교과목 중심으로 대입 예비고사제도를 신설했다. 예비고사 내지는 본고사 세대로 불린다. 세부적으로는 1972년까지는 ‘예비고사→대학별 고사’였고, 1973년부터는 ‘예비고사+대학별고사 총점’으로 합격을 결정했다.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의 ‘7·30 교육조치’에 따라 정부 주도로 대학 본고사 폐지와 과외 금지가 단행됐다. 1981년 내신 성적과 예비고사로 선발했는데 졸업정원제로 대학 입학정원이 크게 늘면서 대량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정부는 대입 예비고사를 대입 학력고사로 개편하고, 대학의 입시 자율성 및 학생 사고력 제고를 위한 논술(대학별고사)을 신설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학력고사 50%이상, 내신 30%이상으로 선발했다. 그렇지만 학력고사 점수로 대학 서열화, 고교간 내신 형평성, 객관식 문제로 인한 창의력 저하 및 대학 자율성 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86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입학학력고사, 고교내신제 및 논술고사 등으로 세분화한다. 학생들의 사고력 제고를 위해 논술고사를 신설(10% 이내 반영)하고, 눈치작전 예방을 위해 선지원 후시험으로 변경한다.

 

1994년 정부는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도입한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수능, 고교 내신, 대학별 고사를 실시했다. 대학별로 대입전형요소 반영비율과 방법을 자율로 결정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는 수능, 학교생활기록부, 대학별 고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2004년부터 선택형 수능을 도입하고,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했다. 특히 2004년 10월28일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학생부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내신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원점수+평균+표준편차+9등급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수능 성적은 9등급만 제공(표준점수, 백분위 미제공)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2009학년도 수능부터 다시 표준점수, 백분위 등 제공으로 바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입학사정관 지원 사업을 통해 학생부 및 각종 외부경험을 종합적으로 정성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유도했다.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의 원조인 셈이다.

 

이후 입학사정관제의 폐단이 드러나면서 2013년 10월25일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이 나온다.

 

수시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 위주 4개 전형으로, 정시는 수능, 실기 위주 2개 전형으로 개편한다. 교육당국은 재정지원과 연계하여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 때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다. 공인어학성적·교외수상 등 학교 외부 실적은 평가에서 배제하고, 학생부 중심의 평가로 전환한다. 수능은 수준별 수능(A/B형) 폐지하고,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한다. 학생부 기재 개선 차원에서 진로선택동기 기재, 비교과활동도 학생부 기재, 수상실적 실제 참가인원 병기 등이 이뤄진다. 이때부터 대입 사전예고제가 실시된다. 대입정책 3년 3개월전 발표, 대학별 입시계획 발표 법제화가 이뤄진다. 대교협은 2년 6개월전 공표하고, 개별 대학은 1년10개월전 발표해야 한다.

 

2017년 8월 31일,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추진하던 2021학년도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는 결정을 했다. 수능 개편안만 발표하기 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전형 개편방향을 함께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이를 수용한 결과였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학생들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착수했으며, 2018년 4월 11일 주요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 숙의와 공론화를 요청하는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국가교육회의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치열한 공론화 과정과 유예 기간을 거쳐 정시 확대 비율을 30% 선으로 설정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2019년 여름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제도개편 논의로 ‘정시 확대론’이 다시 분출하며 공론화위 결론은 무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확대와 고교서열화 해소, 학종 개선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면서 사실상 주요대학의 정시확대 40% 이상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교육부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내놓을 대입 전형 제도 개선안 내용에 일선 교육현장과 학부모,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시 전형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영역 개선이라는 큰 틀은 이미 정해졌다. 그렇지만 정시 확대 폭과 이와 연관된 다른 전형 방식의 변화 등 세부사항은 막판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문제가 이번 대입 개편안의 계기였던 만큼 이른바 ‘금수저’보다 ‘흙수저’를 배려하는 기회균형선발전형을 크게 늘리는 것은 확정적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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