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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안경 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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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2 22:13:42 수정 : 2019-11-12 22: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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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1세기 유럽 수도사들이 글을 읽기 위해 발명했다고도 하고, 중국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시력교정용 안경은 대체로 13세기 유럽에서 보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16세기에 전해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조선시대 한양성 안에 안경을 파는 점방인 ‘안경방(眼鏡房)’이 있었다. 이 책이 1530년(중종 25년)에 완성됐으니, 그 이전에 안경이 꽤 보급돼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안경은 임금을 비롯해 어른들 앞에서는 벗는 것이 예의였다. 19세기 후반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는 당대 재상을 지낸 조두순이 헌종과 철종의 어진(御眞)을 볼 때 안경을 쓰고 보도록 명령을 받았지만 끝내 쓰지 않더라는 목격담이 들어 있다. 18세기 초 김원행의 편지에는 “임금 앞에서 경연(經筵)을 할 때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 안경을 쓸 수 있겠느냐”고 말한 기록이 남아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어른을 만날 때 안경을 벗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자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했다고 자부하는 일본에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안경 금기’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한 회사에서 여성 직원에 한해 직장 내에서 안경 착용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사내 방송으로 내보내자 여성 직원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초에는 일본 기업들이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해 복장 규정 개선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 최초로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방송을 진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6년 안과분야 학술지 옵살몰로지에 실린 논문은 “2050년 무렵 근시로 안경을 찾는 인구는 전체의 50%선인 48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이 안경을 쓰는 걸 문제 삼는다면 후진적이고 미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8년 성(性)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49개 나라 가운데 하위권인 110위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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