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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분리독립운동’… 자치권 확대 노림수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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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6 19:00:00 수정 : 2019-11-16 2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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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독립국 요구 줄이어 / 지역·민족·경제력 등 여러 문제 탓 / 새 국가 만들기 불가능하지 않지만 / 해당국 영토보존권과 충돌 어려움 / 때론 유혈사태 번져… 국제 사회 이목 / 카탈루냐, 잇단 대규모 시위 대표적 / 스코틀랜드, 브렉시트 뒤 EU 남기로 / 홍콩·加서부, 대의제에 불만 저항도 / 카슈미르·신장 등 차별·탄압에 반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속한 국가가 없어서는 아니다. 지역·민족·경제적 차이 등 다양한 이유가 새 국가 건설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

국가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과 영토, 정부, 자주권(대외 교섭권) 등을 갖추는 것으로 시작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절차상 승인까지 거치면 새 국가를 만들기 위한 조건은 충족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적을 바꿔왔다. 1945년 유엔 승인을 받은 국가는 51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93개국에 이른다. 이미 수백개의 국경선이 세계를 조각내고 있어 새 국가 탄생은 본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분리독립은 빈 땅에 새 나라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한 국가 안에서 국경을 새로 긋는 일은 해당국의 영토보존권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리독립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수만∼수십만명을 동원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때로 시위대는 유혈충돌도 불사한다. 독립선언과 국민투표 등을 감행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이들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역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카탈루냐=AP연합뉴스

◆더 큰 자치권을 위한 현실적 셈법

카탈루냐는 대표적인 분리독립운동 전개 지역이자 유럽분리주의의 이정표로 불린다. 유럽분리주의 운동이 극단주의에서 자유주의로 탈바꿈하고, 종교·언어·문화 등 정체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별 경제 격차에 따른 갈등으로 저변을 넓힌 상황에서 카탈루냐가 그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독립 시위가 최근 활발해진 한편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운동에 강경 대처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2017년 카탈루냐 독립선언에 관여한 지도자 9명을 구속했고 대법원은 13년 형을 선고하는 등 분리독립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카탈루냐 분리독립운동을 펼치는 시위대는 지난달 26일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35만명이 모이는 등 저항 수위를 높이며 맞섰다.

카탈루냐가 넘어야 할 산은 스페인 정부만이 아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분리독립 반대 단체인 ‘카탈루냐 시민사회’ 대표인 페르난도 산체스는 “분리독립은 터무니없는 도박”이라며 ‘하나의 스페인’을 강조했다.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탈루냐 독립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44%, 반대한다는 답변은 48%였다. 시위로 인한 지역사회 피해도 누적됐다. 스페인 관광협회 ‘바르셀로나 오베르타’는 최근 시위로 도심의 경제활동이 30∼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카탈루냐가 실제 독립 달성보다는 교섭을 통한 자치권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탈루냐 지도부도 스페인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지구인 카탈루냐 지역을 절대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하면 회원국에서 제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치정부를 이미 운용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도 연일 독립을 주창한다. 표면상으로는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에서 벗어나 자신들은 EU에 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속내도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을 틈타 더 큰 자치권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막상 독립이 이뤄지면 국방, 치안, 복지, 재정 등 체계 마련 등 국가 수립 비용으로만 15억파운드(약 2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측되며 EU 재가입 절차도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의제의 한계…“우리도 대표자가 필요하다”

민주적 절차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경우에도 분리독립운동은 발화한다. 최근 총선을 치른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캐나다 서부 산유지역 앨버타주는 캐나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지탱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자유당은 앨버타주 34개 선거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석유산업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에서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탄소세 도입 등 기후변화 정책을 주도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철저히 외면받은 것이다.

캐나다 서부지역은 트뤼도 총리에 대한 배신감으로 똘똘 뭉칠 태세다. 이들에게는 브렉시트에서 따온 ‘웩시트’(Wexit·West+Brexit) 운동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웩시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앨버타주의 피터 다우닝은 “이 운동은 지역 이해와 정서를 반영하고 결집하는 시민운동”이라면서 “인접 주로 동조자를 늘려 정당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우닝이 개설한 페이스북의 웩시트 홈페이지는 총선 직후 가입자가 폭주해 4000여명이던 회원 수가 하루 사이 17만여명으로 폭증했다.

트뤼도 2기 내각 기간 내 웩시트 운동이 확산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캐나다 서부는 1930년대부터 분리주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한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웩시트 운동 역시 대규모 시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홍콩은 2014년 ‘우산혁명’ 이후 시위대 지도부가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우산혁명과 올해 송환법(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지난달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긋지긋한 차별과 탄압에서 벗어나려

차별과 탄압은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가장 큰 충동일 것이다. 유혈 사태와 학살을 이어온 카슈미르 주민들의 이야기다.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 4개국과 맞닿은 카슈미르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지정학적 요충지다. 카슈미르는 강대국 사이에 낀 상태로 종교·문명 간 갈등, 영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고유 언어와 전통 문화를 간직한 카슈미르인들은 온전한 독립을 원한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자신들의 갈등에 카슈미르를 끼워넣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8월 잠무 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에 3만8000명의 인도 보안군을 추가 배치하고 정치인과 시민 활동가 등 100여명을 체포했다.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은 헌법 370조 등 잠무 카슈미르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헌법 370조는 지난 70년간 잠무카슈미르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스리나가르 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이 조치로 7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잠무카슈미르가 파키스탄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인도 정부가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하자 인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도 간절히 자유를 바라고 있다. 중국이 1949년 점령한 이곳은 민족, 생김새, 종교,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한족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족 이주, 한·위구르족 결혼 종용, 낙태 강요 등으로 신장을 ‘중국화’하는 데 노력해왔다. 이 지역이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라시아 초원의 신장 지역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핵심 지역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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