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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간다” 유서… 이번엔 성북 네 모녀 비극

입력 : 2019-11-03 21:00:00 수정 : 2019-11-03 21: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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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母·40대 딸들 숨진채 발견 / 부패 심해… 오래전 사망 추정 / 유서엔 생계 비관 내용 안 담겨 / 경찰, 경제 상황 등 신변 조사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다가구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주택. 이날 서울 성북경찰서는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숨져있는 70대 여성과 40대 여성 3명 등을 발견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지 한참 지나 시신 부패 정도가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와 함께였다.

 

3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쯤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 A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건물 관계자가 수도 공사 문제 등으로 이 집을 방문했다가 대답이 없자, ‘문이 잠겨 있는데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아 사망한 지 오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 안에선 유서로 보이는 A4용지 2장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하늘나라로 간다’는 취지의 내용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면서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 모녀가 그간 집에서 함께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이 종이에는 생계를 비관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청 등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숨진 A씨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집은 A씨의 큰딸이 세대주로 돼 있으며, 이들 모녀는 2년 넘게 월세로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된 3년치 자료를 확인한 결과 (건강보험료 등) 공과금 체납 사실이 없었다. 가족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단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이들 경제상황, 주변인 진술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주검을 보낼 계획이다.

 

한편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최근 잇따르면서 우리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경남 거제시의 한 원룸에서 30대 아버지와 아들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9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도 40대 남성이 생활고를 이유로 아내와 자녀 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2014년 송파 세 모녀 법이 통과됐지만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법안은 송파 세 모녀가 살아 있었어도 적용받지 못했을 거라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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