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이메일 등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 연애 빙자 사기, 일명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에 거액을 빼앗긴 사례가 심심찮게 나와 주의가 요망된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SNS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맨스 스캠’은 국내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방식도 다양하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사기를 치거나, 여성이 남성인 척 행동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아프리카 BJ ‘10억 먹튀’ 논란…“로맨스 스캠 당해” vs “허위사실 유포”
최근에는 한 남성이 걸그룹 출신 인터넷 방송 BJ에게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아프리카TV 시청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명 아이돌 출신 여자 BJ에게 10억원을 쓰고 로맨스 스캠 당했다’는 글을 썼다. 그는 여성 BJ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함께 올리며 “(여성 BJ가) 개인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알려주고,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여성 BJ의) 집 문 앞까지 동행했다. 3년 뒤 같이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소개해줬다”고 여성 BJ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여성 BJ에게 쏜 별풍선만 7억(원)이다. 목걸이, 구두, 가방, 이사 비용 등 총 1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고 구체적인 피해 액수도 밝혔다. 그는 “별풍선 환불이나 선물을 되돌려 받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이렇게나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BJ에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글을 작성한 이유를 알렸다.


해당 글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걸그룹 ‘크레용팝’ 출신 엘린(29·김민영)이 해당 BJ라는 말이 퍼지자 엘린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엘린은 3일 자신의 아프리카TV 채널을 통해 최근 불거진 ‘로맨스 스캠’ 의혹에 대해 이야기했다.
엘린은 “A씨가 여행을 둘이서 다녀왔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며 “다른 BJ들과 가평 여행을 가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8명의 BJ와 함께 다녀왔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A씨를 소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이모, 막냇동생이 서울에 놀러왔다. 내가 이야기를 하자 거기에 있는 메시지 내용처럼 잘 아는 호텔을 소개시켜줬고, 그 금액을 지불하려 했지만 만류하고 그분(A씨)이 예약을 해주셨다”며 “(동생, 어머니, 이모와) 밥을 먹는 도중에 그분(A씨)이 호텔에 도착했고, 막냇동생과 인사를 하고 어머니께서 ‘친한 오빠다’라고 인사를 시켜드렸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한 계획조차 없었다”고 해명했다.
‘3억원 어치의 선물’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몇 천 만원의 선물은 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3억원 어치의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신발, 가방, 고가의 선물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받은 건 내 잘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받을 돈이 5000만원 정도 있지만 다시 돌려줬다고 말하며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결혼 주장에 대해서는 “결혼과 관련한 이야기를 절대 한 적이 없다”며 “가벼운 스킨십도 없었고, A씨는 밥 먹으러 갈 때 어깨를 부딪힌 정도도 스킨십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엘린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으며, 주소는 A씨가 집에 데려다줄 때 노출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엘렌은 “그분(A씨)이 많은 감정 표현을 하신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고, 앞으로 내 말과 행동에 대해 조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콩·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로맨스 스캠’ 주의보
로맨스 스캠은 해외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66세 여성이 ‘온라인 연인’에게 속아 한화 260억원 상당을 사기단에 송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2014년 4월 온라인 플랫폼 ‘러브스트럭’을 통해 영국 출신의 기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을 알게 됐다. 그는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2014년 5월부터 지난 7월까지 피해 여성에게 돈을 요구했다. 피해 여성은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영국, 독일 등의 은행 계좌로 현금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 돈은 2300만달러(한화 260억원)에 달했다. 두 사람은 4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관계를 맺어왔다.

한 일본 여성도 2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사기를 당했다. 그는 2016년 온라인 펜팔 사이트를 통해 테리 가르시아란 남자를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을 시리아에 파병 온 미군 장교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 온라인상 연인 사이가 됐다. 어느 날 가르시아가 ‘시리아에서 다이아몬드가 든 가방을 발견했고, 이를 밀반출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며 피해 여성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는 부상을 당했다며 자신을 대신해 일을 도와줄 적십자 관계자라는 협력자와 선박회사 직원도 소개했다. 피해 여성은 그의 말을 믿고 10개월간 30여 차례 터키와 영국, 미국의 계좌로 20만달러(한화 2억4000만원)를 송금했다. 여성은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자 친척과 친구는 물론, 전 남편에게까지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강원 동해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몇 달 전 인스타그램에서 모르는 외국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선박 기술사라고 소개했다. 직접 만난 적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남성은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며 “한국에서 집을 구할 돈 70만달러(한화 8억1000만원)를 항공 화물로 보낼 테니 통관 비용을 보내 달라”고 했다. 얼마 뒤에는 “항공화물로 보낸 돈이 적발됐다. 벌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돈세탁 의심을 받고 있어 증명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발급비가 없다”며 A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A씨는 9000만원 가량을 남성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는 ‘로맨스 스캠’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서울 용산에서 A씨의 피해금을 찾으려던 인출책 B씨(37·라이베리아)를, 같은 달 11일엔 경기 양주 한 은행에서 인출책 C씨(49·나이지리아)를 붙잡아 각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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