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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음서제 ‘로스쿨’ 개선”…사법시험 부활 논의 ‘조국 사태’로 재점화

입력 : 2019-10-30 15:04:45 수정 : 2019-10-30 15: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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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가치 실현을 위해 사법시험 부활을 논의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스펙 밀어주기 논란으로 교육 불공정 해소를 위해 정시 확대가 추진되는 가운데, 법조인 배출을 위한 변호사시험(변시) 제도 개선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정치권 일각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만 변시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를 고치고, 사법시험 부활과 예비시험 도입을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성 논란 및 정시 확대 추진과 더불어 사법시험 부활도 공론화할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신환·홍준표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사법시험 부활하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법시험 부활과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 실현을 위해 사법시험 부활과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다시 논의하자”고 동료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청년들의 무너진 가슴을 보듬는 길은 백가지 말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것이다. 서민 자제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에 다름 아닌 마지막 기회의 사다리마저 꺾는다면 우리 사회는 계급사회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의학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은 이미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 온 상황”이라며 “남들은 죽도록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의사, 변호사, 판·검사를 부모만 잘 만나면 거저 될 수 있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법고시 부활과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오 대표뿐만이 아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최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홍 전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도 폐지해야 한다. 공정사회는 공정한 경쟁 룰에서 출발한다. 서민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한다”며 “가진 자들만의 세상, 특권층들만의 세습 사회는 민주사회도 아니고 골고루 잘 사는 평등한 세상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현대판 음서제도에 불과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도 29일 정시확대만으로 공정한 사회는 오지 않는다며 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했다. 모임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불공정한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대입 정시전형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시 확대만으로 공정한 사회는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로스쿨은 깜깜이·불공정·금수저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매우 유사하다”며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해서 많은 스펙을 요구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입시비리가 만연하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학종과 다를 바 없다. 정시 확대뿐만 아니라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계층을 위해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소외된 청년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 2014∼2016년 전국 로스쿨 전수조사… 자소서에 부모 신상 기재한 24건 확인

 

이들이 사법시험 부활 및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배경은 현행 로스쿨 제도 입시가 대학 입시 과정에서 학종 불공정성이 제기되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즉 부모의 권력과 재력 등이 자녀의 로스쿨 입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실제 교육부가 2014∼2016년 전국 25개 로스쿨의 자기소개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부모·친인척의 신상 기재가 24건이었고 그 중 부모·친인척의 추정·특정이 가능한 사례는 5건이었다. 일부 상위권 로스쿨 입시 과정에선 교수들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정성평가 비중도 적지 않다. 서울대 로스쿨은 2020년 입시에서 실질적인 정성평가 비중이 40%나 된다. 타 로스쿨 교수들도 정성평가 비중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종배(왼쪽 네 번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대표가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사법시험은 55년간 2만명의 법조인을 배출했다. 1967년 합격자가 5명에 불과할 정도로 문이 좁았다.

 

1970년 합격 정원제가 도입된 이후 매년 60∼80명으로 합격자가 늘었고 1980년엔 300명에 이르렀다. 1996년 500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뒤 해마다 100명씩 인원을 늘려 2001년부터는 합격자 1000명 시대가 열렸다. 

 

특히 현행 로스쿨 제도와 달리 시험 성적으로만 합격자를 결정한다. 서민의 자녀도 오로지 시험 성적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통로’로 불렸다.  지역·성별·학력의 차별 없이 오로지 필기시험 성적으로만 합격·불합격이 가려진 것이다. 고(故) 노무현(7기) 전 대통령도 고졸 신분으로 사시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2017년 마지막 사법시험이 치러졌다.  

 

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하는 측은 로스쿨이 권력층 자녀에게 유리한 ‘음서제도’라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또 평균 2000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 때문에 경제력 없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은 입학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반면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다양한 전공을 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선 로스쿨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암기 위주의 사법시험의 부작용도 많다고 우려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사법시험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법시험 부활의 대안으로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비시험 제도란 로스쿨을 졸업해야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현 제도를 고쳐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 해당 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사법고시를 부활하지 않고 예비시험을 도입해 법조인 배출을 로스쿨과 예비시험으로 이원화한다면, 현 로스쿨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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