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에 있는 모 대학에서 에어팟(A사의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악폐습이 있다는 글이 학내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 공개되며 관련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충주에 있는 K대학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공유하는 앱 ‘에브리타임’에 “길거리 에어팟 금지, 진짜 존재하는 말이에요?”라는 글이 달렸고 이에 “저희 과는 길에서 에어팟을 금지한다. 만약 사용하다 들키면 사용자와 같은 학번을 전체집합시킨다”라는 글을 시작했다. “기합 줄 때도 있다. 그럴 땐 무조건 죄송하다고 한 후 기합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에어팟 사건 원본입니다’라는 글에선 선배로 보이는 학생이 후배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사지니 공개됐다. 해당 메시지는 “길거리에서 에어팟 끼면 다 죽여버린다. 공부할 때만 끼라”는 협박성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가지각색의 학내 악폐습을 폭로했다. 한 익명의 기고자는 글을 통해 “생활체육과가 이런 게(군기)심하다. 들은 건 많은데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면서 11가지의 '똥군기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당 리스트에 따르면 ▲아침운동▲인사 크게▲ 저녁 운동 ▲소모임 동아리 필수▲체육관 청소 필참▲학번제▲잦은 집합▲선배 번호 없으면 연락금지▲술 먹을 때 누구랑 먹는지 보고해야 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본 생활체육과 다른 학생은 ‘교수가 알면서도 중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는데 군기 때문에 힘들어서 자퇴하는 교수가 하는 말이 “어차피 다른 학교 생체(생활체육과) 갈 거지? 근데 어느 학교 가도 군기가 다 세다”라면서 “교수도 다 알고 있으면서 방치하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글은 “‘생체 포고한다’면서 ‘왜 사적인 술자리까지 보고하라 하는가, 추워서 주머니에 손 좀 넣고 다니겠다는데 그게 가로 보이는가. 장갑 사달라. 공지 방에 뭐라 뭐라 하고 트집 잡고 운동장으로 불러 돌라고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어팟은 너무 유명해서 ‘패스’”라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들이 글을 올린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 학생은 익명 게시글을 올리고 “더러운 문화 때문에 학교 전체를 먹칠하고 있다”라며 “내부 고발자만 찾으려고 후배들을 족치는(괴롭히는)모습이 정말 저급하다. 그럴 시간에 ‘똥군기 문화’를 개선할 생각을 하는 게 먼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 군기 문화’는 대학 사회 고질적 악폐 습기로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 돼 왔다. 작게는 ‘언어폭력’부터 크게는 ‘신체 폭행’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학 내 대표적 인권 유린 사태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3월7일 알바천국이 전국 20개 대학생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6%가 ‘갑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험했다’(43.7%)가 가장 많았고 ‘매우 경험했다’는 13.9%가 답했다.
갑질 유형으로는 ▲‘인사 강요’(34%)▲ ‘음주 강요’(18.4%) ▲‘화장·헤어스타일 등 복장제한 강요’(10.7%) ▲‘메신저 이용과 관련한 제재’(10.4%) ▲‘얼차려’(10.2%) 순으로 많았다. 대처 방안에 대해 54.1%의 응답자가 “선배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참고 버텼다”고 답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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